“인공지능(AI) 광고 영상 50만원에 만들어 드립니다.” AI 영상 제작을 위해 찾은 한 1인 업체에 카카오톡으로 문의하자 10분 내로 상담이 이뤄졌다. 영상만 만들어주는 최저 가격은 15만원, 음성과 추가 지시 사항이 붙으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실제 영상을 촬영해 제작하는 가격과 비교하면 적게는 절반, 많게는 100분의 1 수준까지 내려간 금액이다. 홍보 영상을 요청하자 불과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바로 샘플 영상을 보내줬다.
국내 광고업계에 AI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SNS와 숏폼 등 저가형 광고 시장을 AI가 잠식하면서 1인 제작자가 급증하고 있다. 대기업도 속도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 소규모 AI 광고업체 급증
13일 구직플랫폼 크몽에 따르면 이 플랫폼에 등록된 AI 영상·이미지 제작업체는 약 2200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750여 개에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부분 10인 이하 규모의 소규모 업체다. 이들의 광고 제작 비용은 10~30초 내외 숏폼 영상 기준 15만~200만원이다. 제작 기간은 길어도 2~3주 이내다. 실제 촬영이 필요한 영상의 제작 비용이 200만~5000만원 이상, 제작 기간은 최소 3주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고 빠른 편이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영상·이미지 제작이 쉬워지고, 영상·광고업계 종사자가 잇달아 창업에 나서면서 AI 영상업체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시장이 성장하자 몸집이 커진 업체도 여럿 나타났다. 2023년 설립된 스튜디오프리윌루전은 직원이 70여 명에 달했다.
AI 광고 송출도 늘었다. 국내 광고영상 아카이브 TVCF를 운영하는 애드크림에 따르면 공중파·케이블·인터넷 등으로 송출된 생성형 AI 광고는 2023년 8건, 2024년 45건, 2025년(1~10월) 111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올해 송출된 국내 전체 광고 건수(약 5300건)를 감안하면 비중이 아직 2% 수준에 불과하지만, 증가세는 뚜렷하다.
대기업·중견기업도 AI 광고를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제작한 인터넷용 광고 영상 대부분을 AI로 제작했다. 멕시카나치킨은 최근 출시한 인터넷용 신상품 홍보 영상 3건을 모두 AI로 만들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AI 광고는 기존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방식에 비해서도 제작 기간이 절반 이상으로 단축돼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품질이 중요한 공중파 광고 시장은 아직 AI 영상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저가, 저품질인 인터넷·디지털 시장은 AI 광고가 빠르게 대체 중”이라며 “2~3년 내로 국내 디지털 광고의 20~30%를 AI 광고가 채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빅테크, AI 광고 플랫폼 경쟁해외 광고 시장의 AI 침투 속도는 더욱 빠르다. 미국 인터넷광고협회(IAB)가 지난 7월 발표한 ‘2025 디지털 비디오 광고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광고주 중 86%가 이미 생성 AI를 사용 중이거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IAB는 내년까지 전체 광고주의 90%가 AI를 활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빅테크의 기술 경쟁은 이런 추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오픈AI는 지난달 30일 영상 생성 기술인 ‘소라2’를 공개했다. 소라2는 간단한 몇 줄의 프롬프트만으로 실제 촬영한 것과 비슷한 품질의 광고 영상을 바로 제작한다.
어도비는 올 7월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젠스튜디오에 AI 기반 영상 광고 생성 기능을 추가했다. 젠스튜디오를 활용하면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주요 플랫폼에 광고를 실시간으로 배포할 수 있다. 미국 종합 미디어 그룹인 컴캐스트도 지난달 15초 분량의 AI 광고를 생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발표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