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는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제도가 갈등의 진앙지가 되는 경우가 꽤 있다. 정작 괴롭힘은 없는데 신고가 반복되는 경우다. 회사에서 한 직원이 상사와 동료들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노동청 진정 등을 제기했고, 회사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조사했지만 결과는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음’이었다. 하지만 직원은 계속 추가 신고를 했고, 상사와 동료들은 자칫 잘못했다 신고 당할까봐 같이 업무하기 꺼렸으며, 감정의 골이 깊어져 팀이 와해될 지경이 됐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설령 허위 신고, 악의적 신고로 의심되더라도, 이를 징계할 경우 법이 금지하는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 처우’로 오해받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반면 아무 조치도 안 하면 회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이처럼 상사, 동료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진정 등을 반복하는 사람을 징계할 수 있을까?
우선 반복적인 진정, 고소를 징계사유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대법원은 ‘범죄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행위에 대해 처벌을 구하고자 고소·고발 등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한 적법한 권리 행사이므로, 수사기관이 불기소처분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고소·고발 등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고소·고발 등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는 고소·고발 등의 내용과 진위, 고소·고발 등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횟수 등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태도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8두34480 판결). 근로자의 고소·고발 등의 권리행사는 보장돼야겠지만, 뚜렷한 자료도 없이 사실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왜곡하여 직장의 대표자, 상사, 동료 등을 수사기관에 고소·고발, 진정하는 행위는 적법한 권리행사라고 보기 어려워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대법원은 노동조합 또는 노동조합 대표자가 회사 대표자, 관리자나 동료 등을 수사기관에 5차례 고소·고발·진정한 것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내용에 과장되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이 대체로 사실에 기초하고 있고 그 목적이 사용자에 의한 조합원들의 단결권 침해를 방지하거나 근로조건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고소고발 등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를 이유로 노동조합의 대표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하여, 정당한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8두34480 판결).
이처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는 직원이 허위 사실로 회사 대표자, 상사, 동료 등을 고소고발, 진정하는 행위, 업무와 전혀 무관한 내용으로 여러 차례 고소고발하거나 진정하는 행위, 고소고발 내지 진정 횟수가 객관적으로 보아 과도하여 권리의 남용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는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나, 업무와 관련된 사유를 원인으로 해서 일부 과장된 내용으로 고소고발을 하더라도 그 내용이 대체적으로 사실에 기초한 것인 경우에는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경향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반복적인 진정, 고소 등이 정당한 징계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본 사례로 ① 대법원은 〈국립대학교 노조위원장이 국립대학교, 총장 및 관리자를 대상으로 (i)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 (ii) 뇌물죄, (ⅲ) 초과근무수당, 연가보상비 과소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ⅳ) 1주 52시간 초과근로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ⅴ) 노동조합 운영 지배·개입으로 인한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총 5건의 형사고소고발을 한 사안〉에서, 그 고소고발 내용이 대체로 사실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거짓이 있거나 사실을 왜곡했다고 볼만한 내용이 없다고 보아, 해당 고소고발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8두34480 판결).
또한 ② 전주지방법원은 〈비법인사단인 A협의체(피고)가 팀장(원고)을 해고하면서 “전현직 위원장 등에 대한 허위 고소고발을 남발한 점”을 해고사유 중 하나로 삼은 사안〉에서, 팀장이 (i) A협의체 전 위원장, 위원을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고발하였으나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고, (ii) A협의체 부위원장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으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으며, (ⅲ) A협의체 근로자를 사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위반 혐의로 고발하였으나 각하 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팀장이 고소고발한 내용 자체가 허위였기 때문에 해당 고소고발에 대하여 혐의없음 내지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 내지 법원에서 팀장과 다른 법률적 판단을 하였기 때문에 혐의없음,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이므로, 팀장이 ‘아무런 근거 없이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고소고발을 계속함으로써 업무상 무능력자로 판단되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 이를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전주지방법원 2021. 7. 8. 선고 2019가합5511 판결).
반면 반복적인 진정, 고소 등이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 사례도 발견된다. ① 서울행정법원은 〈회사 근로자가 회사 및 대표이사를 상대로 (i)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대한 노동청 진정, (ii)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 행사, 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주차장법위반, 경비업법 위반에 대한 고소고발, (ⅲ) 구청 주차장치 민원, (ⅳ) 직장 내 괴롭힘 진정 등을 각 제기하였고, 이 중 주차장법 위반 외에는 모두 불기소처분이나 행정종결 처분을 받은 사안〉에서 “근로자가 합리적 근거 없이 임금채권 확보를 목적으로 회사 및 회사 대표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진정 및 고소고발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중략) 노동청에 진정을 하거나 민사상 청구를 하는 정당한 권리 행사를 넘어 회사의 사업 전반적 영역에 대하여 고소고발 및 진정을 제기한 행위는, 비록 그로 인하여 회사의 일부 위법행위의 시정 계기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권리행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징계사유로 인정했다(서울행정법원 2023. 11. 9. 선고 2022구합63348 판결).
또한 ②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 근로자가 약 3년 3개월 동안 본인 명의 및 노동조합 간부 자격으로 회사, 근로자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부당노동행위, 근로기준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내용으로 총 51건의 고소고발진정을 제기하였으나 그 중 2건만 인정된 사안〉에서 “근로자가 일반적인 권리구제를 위해서 진정 및 고소고발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근로자가 제기한 사건 등에 대응하기 위하여 회사의 인사 및 노무부서가 감내해야 할 업무량이 상당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므로, 근로자의 무분별한 진정 및 고소고발을 제기한 행위는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2024. 2. 23. 전남2024부해7 판정).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신고, 진정, 고소·고발이 얼마나 반복되고, 어느 정도로 악의적이거나 부적절하여야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기준은 아직 없다. 다만 앞서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8두34480 판결에서 노동조합측의 고소·고발이 법률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이나 단결권과 관련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징계사유로 삼지 않은 점,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를 엄격히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의 취지를 고려하면, 단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진정이 몇 차례 반복되는 정도로는 징계사유로 삼기 어려워 보이고, 허위 신고 내지 권리구제 목적을 넘어 업무방해에 이를 정도의 권리 남용적, 악의적 신고인지를 매우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윤혜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