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냐 다마키냐…한주 앞둔 日 총리 선거 '안갯속'

입력 2025-10-12 18:04
수정 2025-10-13 00:46
일본 차기 총리를 뽑는 의회의 총리 지명 선거가 안갯속에 빠졌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하던 공명당이 26년 만에 이탈하면서다. 공명당은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아니라 사이토 데쓰오 자당 대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이 결집해 후보를 내세우면 13년 만에 정권 교체가 가능한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는 21일로 예상되는 의회 소집까지 1주일가량 남은 가운데 향후 시나리오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1) 자민당 단독 여당으로 다카이치 총리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총리 지명 선거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양원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를 총리로 지명한다. 1차 투표에서 누구도 과반을 얻지 못하면 상위 두 명이 결선을 치른다. 결선에선 과반 조건 없이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중의원과 참의원의 결과가 다르면 중의원이 우선이다. 중의원은 465석으로, 233표가 과반이다. 중의원 의석은 자민당이 196석으로 가장 많고, 그동안 연립했던 공명당 24석을 더하면 220석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48석,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은 각각 35석, 27석으로 세 당을 합치면 210석이다. 지금까지 세 야당이 연합해도 자민·공명당 연립을 넘을 수 없었다. 공명당의 연립 이탈로 야당이 힘을 합치면 정권 교체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세 야당 중 한 곳이라도 빠지면 자민당의 단독 의석수에 미치지 못한다. 공명당은 사이토 자당 대표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야당이 뭉치지 못하고, 공명당도 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자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에 취임하고, 단독 소수 여당의 정권이 출범한다. (2) 자민당+α로 다카이치 총리 다카이치 총재는 공명당과의 연립 협의가 결렬된 뒤 “의회 소집일까지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야당이 단결하지 못하고, 다카이치 총재가 자민당 외 일부라도 표를 얻으면 과반에는 미치지 못해도 최다 득표로 승리할 수 있다.

다카이치 총재가 먼저 손을 내민 곳은 국민민주당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 5일 다마키 대표와 회담했고,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는 6일 신바 가즈야 국민민주당 간사장과 만났다. 다만 이는 공명당과 연립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전제였다.

공명당이 연립을 이탈하자 국민민주당은 자민당과의 협력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다마키 대표는 “공명당이 빠져 우리가 정권에 참여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자민당과 국민민주당이 연립해도 소수 여당이기 때문이다.

일본유신회도 비슷한 상황이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는 다카이치 총재에 대해 “우선 국민민주당과 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거리를 뒀다. 일본유신회는 앞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의 총재 취임을 기대했다. 다카이치 총재와의 인맥은 깊지 않다.

이 밖에 현재 무소속인 의원 7명으로 구성된 ‘유지·개혁회’도 있다. 이 중에선 자민당과 가까운 의원이 있으며, 당내에선 이들이 다카이치 총재를 지지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3) 野 3당 연합으로 다마키 총리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지명을 막는 시나리오는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세 야당이 다마키 대표로 결집하는 경우다. 야권에서 단일화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다마키 대표밖에 없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연립을 해체하면서 중의원에선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의 의석 합계를 넘는 세력이 없다. 세 야당이 단일화하면 다마키 총리의 길이 열린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다마키 대표로의 단일화 가능성과 관련해 “각 당 대표의 가능성은 동일하다”며 부정하지 않았다. 아즈미 준 입헌민주당 간사장도 “유력 후보”라며 호의적이다.

국민민주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다마키 대표나 신바 간사장은 입헌민주당과 원자력발전 등 정책 관련 간극이 메워지지 않으면 협력은 어렵다고 강조한다. 원자력발전 확대에 신중한 입헌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