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수익률 61%…AI에 맡긴 연금, S&P500보다 뛰었다

입력 2025-10-12 18:17
수정 2025-10-20 16:01
퇴직연금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RA는 인공지능(AI)이 투자 성향에 맞춰 자동으로 분산 투자해주는 서비스다. 알고리즘이 정교해지면서 최근에는 코스피지수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지수의 상승률을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RA 규제가 완화된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활용해 장기 투자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알고리즘 6개월 수익률 50%↑12일 코스콤 테스트베드에 따르면 상용화된 적극투자형 퇴직연금 RA 170개 가운데 지난 10일 기준 수익률 1위는 ‘NH DNA 퇴직연금 Econex P’였다. 최근 6개월간 61.0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NH DNA 퇴직연금 Floopin P’가 58.75%로 2위를 차지했다. 두 상품 모두 NH투자증권의 알고리즘이다. 삼성증권의 ‘삼성 퇴직Robo ETF형 P’는 같은 기간 56.46% 오르며 수익률 순위 3위에 올랐다.

증권사가 아니라 자문사나 RA 전문 업체의 성과도 눈에 띈다. 엠엘투자자문의 ‘Otium Growth_P’는 44.15%, AI 전문기업 콴텍의 ‘콴텍 한국퀄리티업종셀렉트 P’는 38.72%의 6개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RA 알고리즘 수익률은 글로벌 주요 지수보다 높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는 27.85%, 코스닥지수는 33.66% 상승했다. 이 기간 수익률이 50%를 넘긴 알고리즘은 다섯 개이며 57.4% 급등한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성과를 낸 알고리즘도 두 개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RA 알고리즘이 폭등세를 보인 코스피·코스닥지수를 앞질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AI 알고리즘의 진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RA 투자는 하락장에서도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산 배분을 중심으로 설계된 분산 투자 알고리즘에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인간의 감정을 배제해 투매 등 감정적인 행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실적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특히 유용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 운용자산 1조원 넘긴 RA…활용성도 ‘쑥’국내 RA 운용 자산은 지난 8월 말 기준 1조574억원으로 집계됐다. 5월 1조원을 처음 넘어선 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 가운데 유료 자문·일임 서비스에 해당하는 금액은 4113억원으로 전체의 38.9%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9월(3005억원)보다 1108억원(36.9%) 증가한 수치다.

퇴직연금 RA 투자는 현재 IRP 계좌에서만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RA 일임형 서비스를 혁신금융(규제 샌드박스)으로 지정하면서 소비자 보호 조치의 일환으로 적용 범위를 IRP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계좌에선 RA를 활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연간 9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어 활용도는 작지 않다는 평가다. 한도를 다 채우지 못하면 이월이 가능해 장기적으로는 더 큰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500만원을 투자하면 다음 해엔 14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RA 전문 서비스 ‘핀트’를 운영하는 디셈버앤컴퍼니 관계자는 “IRP의 과세이연 효과와 장기 투자에 적합한 RA의 시너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A 가입 방법은 간단하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해 바로 가입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은행 등이 RA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