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치솟자 골드뱅킹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가 귀금속으로 눈을 돌린 영향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1조5130억원이다. 지난달 말(1조4171억원)과 비교해 959억원 증가했다. 작년 말(7822억원)과 비교하면 약 두 배 늘었다. 골드뱅킹은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다. 잔액은 올 3월 처음 1조원을 넘긴 뒤 횡보하다가 지난달부터 크게 증가했다.
금에 투자하는 ETF에도 자금이 꾸준히 흘러들고 있다. 금 현물을 담아 연금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의 인기가 특히 높았다. 최근 한 달간 ‘ACE KRX금현물’에는 3384억원이 몰렸다. 이 기간 전체 국내 상장 ETF 가운데 자금 유입 6위다. ‘TIGER KRX금현물’에도 2392억원이 몰려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골드바 판매액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1~2일 134억8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이달 9일까지 골드바 판매액은 약 4505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 해(1654억원)의 세 배에 육박한다.
최근 투자금이 금으로 쏠리는 현상에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 우려가 깔려 있다. Fed가 금리 인하를 재개한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하면 경기 과열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금값 상승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포모(FOMO·소외공포) 현상도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주 현물 기준으로 트로이온스(31.1g)당 4000달러를 넘었다. 국내에선 KRX 금시장에서 지난 10일 1㎏짜리 금 현물이 1g당 19만9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보다 56.2% 뛴 가격이다. 이달 1일에는 20만3000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 가격을 다시 썼다.
배정철/나수지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