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나서야 납치 국민 구출하는 외교시스템 [사설]

입력 2025-10-12 17:23
수정 2025-10-13 06:18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노린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는 2023년 17건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는 8월까지 330건으로 치솟았다. 지난달에는 프놈펜에서 카페를 나서던 50대 한국인이 중국인과 캄보디아인 범죄조직에 납치돼 고문당했다. 8월엔 20대 대학생이 고문으로 피멍이 들어 사망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캄보디아는 보이스피싱 등 국제 조직 범죄의 새로운 온상으로 떠올랐지만 현지 정부는 경찰과 공무원의 부패가 심해 범죄조직 소탕에 사실상 손을 놓은 실정이다. 현지 한국대사관 역시 적극 대처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된 40대 남성이 한국대사관에 구조 요청을 했지만 대사관 직원은 현지 경찰에 신고하라고만 안내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캄보디아에 파견된 경찰도 3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국민 구조에 국회의원이 나서는 일까지 생겼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달 초 아들이 캄보디아에서 납치됐으니 꼭 살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외교부와 현지 대사관에 적극 대처를 당부했으며, 결국 현지 경찰이 출동해 한국인 두 명을 구출했다.

힘 있는 정치인이 나서지 않았더라도 외교부와 현지 대사관이 바로 움직였을지 의문이 든다. 외교부와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현지에서 절도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한국인을 외면하다가 언론에 알려지자 뒤늦게 대응에 나선 일도 있었다.

경찰은 캄보디아와의 공조 수사 인력을 30명으로 보강하고 필리핀처럼 한국인 범죄 사건 수사 전담반(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뒤늦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외교부 역시 지난달 캄보디아 일대에 여행 경보 2단계(여행 자제)와 특별여행주의보(여행 취소 또는 연기 권고)를 발령했지만 늦은 감이 있다. 여행 경보 역시 3단계(철수 권고)나 4단계(여행 금지)로 상향하는 등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