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 많은 사람이 창업하고, 모두가 혁신한다).”
리커창 전 중국 총리는 2014년 ‘쉬운 창업’을 핵심 정책으로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를 기점으로 중국은 ‘창업 천국’이 됐다. 샤오펑, 유니트리, 딥시크 등으로 이어지는 중국 빅테크 전성시대의 출발점이다.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QC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창업 건수는 876만 개로 2016년 572만 개에서 53.2% 늘었다. 상당수가 대학생이 창업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대학생 창업 건수가 2014년 이후 500만 개를 넘겼다고 밝혔다.
창업은 주로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인력과 기술 인프라가 집약된 곳에서 잉태된다. 이들 지방정부가 넉넉한 살림을 앞세워 창업 기업 지원을 늘리는 것도 한몫했다. 베이징이 그렇다. 베이징시는 스타트업에 연구개발(R&D) 방향부터 세무·법률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또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중관춘 입주 기업에 투자하고 5년간 지분을 유지한 벤처캐피털(VC)에 법인세를 면제해준다. 초기 스타트업이 돈줄이 말라 사멸하는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VC를 통해 간접 지원하는 셈이다. 선전도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특허세를 최대 85% 감면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의 60%가 베이징과 선전, 상하이에 모여 있는 이유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풍토도 중국의 ‘창업 열풍’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 기업인이 창업 후 겪은 실패 횟수는 2.8회로 한국(1.3회)의 두 배를 웃돌았다. 쇼핑 플랫폼을 창업했다가 문을 닫은 호원디 씨(27)는 “중국에서 폐업은 또 하나의 이력”이라며 “중국에는 실패 경험이 새로운 도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회적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성공한 창업가가 새로 창업에 나선 이들을 돕는 문화도 형성돼 있다. 선전시 공업정보화국과 중소기업서비스국은 최근 ‘유니콘기업 서비스연합’을 조직했다. 선전에 자리 잡은 여러 기업이 참여한 이 조직은 2028년까지 300개 유니콘 기업과 잠재 유니콘 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텐센트, 알리바바 등은 자체적으로 신규 창업자를 발굴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