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볼트 한우물'…K방산 주역으로 성장

입력 2025-10-12 16:55
수정 2025-10-13 00:30

부산 강서구 화전국가산업단지에 있는 GSB솔루션(옛 금성볼트공업) 공장. 동그랗게 말린 철강재가 커다란 기계를 통과하면 ‘탕탕’ 소리를 내며 K-9 자주포용 볼트로 변신했다. GSB솔루션은 1978년 창업 이후 47년간 볼트, 너트라는 한 우물을 판 회사다. 1984년 K-9 자주포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부품 144종을 국산화하며 K방위산업의 성장 역사를 함께했다.

GSB솔루션은 지난달 8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기업승계 희망포럼’에서 우수 승계기업에 주는 ‘대한민국 100년 기업상’을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은 모범적 승계를 통해 성장을 이어 나가는 100년 기업상 수상 업체를 차례로 소개한다. ◇K-9 자주포와 K잠수함에 납품GSB솔루션 1공장 입구엔 성인 남성 키보다 큰 아크릴 원통 18개가 서 있다. 통을 가득 메운 볼트는 GSB솔루션이 제작 주문을 받을 때마다 품질을 맞추기 위해 연습 삼아 제작하며 나온 불량품이다. 김선오 GSB솔루션 대표는 “고객사에 불량품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며 “K-9 자주포에 볼트를 처음 납품할 때부터 품질로 정면 승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자동차, 농기계뿐 아니라 헬기, 자주포에 들어가는 육각 볼트가 GSB솔루션의 주요 수익원이다. 무기에 투입되는 볼트는 강한 충격과 열, 냉기에 버텨야 하는 만큼 중국이 따라오기 힘든 고부가가치 분야다. 고압에서 작동하는 부스터 배관, 목재와 목재 사이를 떠받치는 부품도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은 296억원으로 전년(307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는데 영업이익은 4억원에서 13억원으로 불어났다.

김 대표는 자전거 한 대와 50만원으로 방 한 칸짜리 점포를 얻어 1978년 창업했다. 가게 앞을 지나던 기아기공(현대위아의 전신) 구매 담당자가 명함을 주고 간 것이 K-9 자주포 부품 납품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꾸준히 기아기공에 105·155㎜ 곡사포용 부품을 대던 GSB솔루션은 1984년 정부의 방산 국산화 정책에 따라 K-9 자주포의 핵심 부품 144종을 국산화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대기업이 10~20개 남짓 소량 주문받는 부품을 개발하긴 어렵다며 손사래 친 사업을 기아기공과 쌓은 신뢰로 뚫어냈다. 최근엔 한화오션 잠수함 사업의 부품 공급사로 이름을 올렸다. 40년 넘게 K-9 자주포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것이 신사업인 잠수함으로 이어졌다. ◇“중국보다 나은 원가 경쟁력”인력 고용에 어려움을 느낀 김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생산 자동화에 투자했다. 현재 공정 자동화율은 70%에 달한다. 김 대표는 “자동화 덕에 항공·방산 부문만큼은 중국보다 나은 원가 경쟁력을 갖췄다”고 했다.

그는 기계 설계에 접목할 수 있는 자동화 아이디어를 고민하다가 전기차 관련 사업을 찾았다. 전기차 조향장치에 투입하는 볼트 용접 기술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만난 80대 원로 기술자의 말 한마디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그의 사무실엔 국민 훈장, 자랑스러운 부산 시민상 등 많은 상패가 놓여 있다. 그는 벤처기업협회 수석부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건 ‘아름다운 납세자상’”이라고 말했다.

기업승계는 2대째인 김성훈 부사장이 15년 전 GSB솔루션에 합류할 때부터 준비해왔다. GSB솔루션은 외환위기로 부도 직전까지 간 1998년에도 직원을 줄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납세자상으로 항상 정도를 걸어왔다는 걸 인정받은 셈”이라며 “승계에도 문제가 없도록 이미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부산=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