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가 거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노벨평화상 수상 적임자”라고 지난 1월 취임 후 줄곧 주장해 왔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마차도는 1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스페인어판(BBC 문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평화를 위해 하는 일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마차도는 2013년부터 장기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독재 정권에 대항해 온 민주야권 지도자다. 야당인 벤티베네수엘라당 당수로 한때 유력 대권 주자에 올라 ‘베네수엘라 철의 여인’으로 불렸다. 지난해 대권에 도전했으나 마두로 정권의 탄압 속에 현재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상태다.
마차도는 1901년 시상을 시작한 노벨평화상의 106번째 수상자가 된 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 대륙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하는 일에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얼마나 감사해하는지 전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마차도는 "매우 기뻤다"며 "우리 감사를 직접 전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마차도는 "이 상(노벨평화상)은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에너지, 희망, 힘을 주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며 "전 세계 민주주의자들이 우리의 투쟁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사회가 이미 베네수엘라 정치 상황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마차도는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 입장을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수상 소감에서 "오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트럼프 대통령, 미국 국민들, 남미 국민들,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을 자유와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의 주요 동맹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상을 고통받는 베네수엘라 국민에, 그리고 우리의 대의를 결정적으로 지지해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린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차도가 자신에게 전화해 "난 당신을 기리는 차원에서 상을 받는다. 당신은 정말로 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미국의 힘을 올바르게 사용함으로써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일각에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 발표 이틀 전인 지난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중재안에 전격 합의한 점도 그의 노벨상 집착이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상자 발표를 하루 앞둔 9일 그는 "역사상 누구도 9개월 만에 8개의 전쟁을 해결한 적이 없다"며 평화 중재자로서 본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태국-캄보디아, 르완다-콩고민주공화국 간 평화 협정 등을 자신의 성과로 꼽고 있다. 이에 파키스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