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중 열병식서 한국 향해 "가장 적대적인 국가"

입력 2025-10-11 20:54
수정 2025-10-11 20:55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개최하며 한국이 '적대적인 국가'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조선중앙TV는 11일 오후 4시부터 1시간55분에 걸쳐 전날 밤 10시 열린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열병식은 북한의 로열패밀리인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마가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해 특수부대가 불 붙은 몽둥이를 머리로 깨부수고 얼음과 쇠사슬을 맨몸으로 제거하는 등 강인함을 과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내부 연회실에서 TV로 영상을 지켜보다 정각 10시가 돼 주석단으로 진입했다. 장병들은 "김정은 결사옹위", "절대충성", "절대복종"을 외쳤고 플래시몹으로 '백전백승', '혁명강군', '일당백'을 형상화했다.

이어 각군의 진군이 시작됐다. 중앙TV는 북한 강원도 회령군에 주둔한 제1군단이 등장할 때 "공화국 남쪽 국경의 강철 보루"라며 "가장 적대적인 국가와의 첨예한 대치선에서 우리의 사상, 우리의 제도를 굳건히 사수하는 무적의 강병들을 이끌어 일선 영장들이 서릿발 장검을 빗겨 들었다"고 소개했다.

이번 열병식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을 향한 위협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한국이 적대적인 국가라는 점은 분명히 한 것이다.

중앙TV는 러시아 파병 부대인 '특수작전군종대'가 진군할 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줬다. 자신들의 희생을 러시아에 부각하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9일 저녁부터 평양에서 비가 온종일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열병식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군인들과 주민들이 흠뻑 젖으면서 행사를 강행했다. 북한이 외국 귀빈들에게 결례를 무릅쓰고 우중 열병식을 강행한 것은 미국과 한국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무기 역량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새 ICBM 화성-20형,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대거 공개하며 '무기 세일즈' 장을 방불케 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메드베데프 부의장 등도 각자 앞에 설치된 개인용 모니터를 참고하며 열병식을 주의 깊게 참관했다.

한편 이번 열병식에 김 위원장의 딸 주애는 등장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물론 다른 귀빈들도 부부 동반을 하지 않았다. 한 북한 전문가는 "열병식이 군사 분야로만 초점이 맞춰지길 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