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고법부장 "김건희특검 공정성 잃어…정치 칼춤 사과해야"

입력 2025-10-11 16:08
수정 2025-10-11 16:09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조사를 받던 양평군청 공무원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전직 고등법원 판사가 "법치가 아닌 정치의 칼춤"이라며 특검을 비판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민구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검의 폭주, 정의의 이름을 빌린 폭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양평군 모 면장이 자필로 남긴 마지막 기록은 절규였다"며 "사실을 말해도 '거짓말'이라며 몰아붙이고, 모른다고 해도 '은폐'라 의심받는 끝없는 추궁. 그는 진실을 말할 권리를 빼앗긴 채 '특검의 시나리오' 속에서 죄인이 되어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진실을 밝혀야 하는 국가기관이지만, 이번 수사는 이미 진실 탐구가 아닌 목표 달성형 수사, 즉 '결론이 먼저 정해진 조사'로 전락했다"며 "'김건희'라는 이름을 향한 정치적 압력, 여론의 열기에 편승한 과잉수사, 그리고 이를 실적 삼으려는 특검 조직의 욕망이 한 인간의 생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꼬집었다.

강 전 부장판사는 "그가 남긴 유서에는 '계속 다그친다. 사실을 말해도 다그치고(질책하고), 모른다고 하면 기억을 만들어내라 한다'는 문장이 있다. 이 한 줄에 모든 진실이 담겨 있다"며 "그는 조사실에서 수차례 정신적 압박을 호소했고, 지속된 강요와 모욕, 그리고 '기억을 만들어내라'는 암묵적 압력에 시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은 단순한 절차적 하자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존엄과 신체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한 행위"라며 "특검의 조사는 이미 공정성을 잃었고, 수사는 '진실의 길'이 아닌 '정치적 사냥'의 길로 빠져버렸다. 이것은 법치가 아니라 ‘정치의 칼춤’이며, 정의의 외피를 쓴 권력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강 전 부장판사는 특검의 행태가 조사가 아닌 고문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기억이 나지 않으면 '거짓'이라 몰고 사실대로 진술해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위선적 변명'이라 단정짓는 특검의 행위는 '진술 조작형 심문'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통상적 절차에 따라 조사했다'는 특검팀의 발표에 대해서도 "통상적 절차가 어떻게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 수 있는가"라며 "조사 후 피조사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의 압박이 있었다면, 그 절차는 이미 '비정상'이며 '인권침해'"라고 질책했다.

또 "이 사건의 본질은 국가기관이 인간의 존엄을 침해한 조직적 폭력의 결과"라며 "특검은 단 한 명의 책임자도 징계하지 않고, 언론에는 정치공세라는 변명만 되풀이한다. 이것은 자기반성 없는 권력의 거짓된 침묵"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간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수사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파괴이며 법치주의의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강 전 부장판사는 "인간보다 큰 정의는 없다"며 "지금이라도 특검은 스스로의 폭주를 멈추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그것이 살아 있는 정의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앞서 특검팀에게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은 양평군청 소속 50대 사무관급(5급) 공무원 A씨는 지난 10일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건물 외부 폐쇄회로(CC)TV에 잡힌 고인의 귀가 장면을 통해 강압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간접적 정황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식사와 휴식 시간을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