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광장에 새 ICBM '화성-20형' 등장…김정은 "무적 실체 진화"

입력 2025-10-11 09:18
수정 2025-10-11 09:37

북한이 지난 10일 오후 10시께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개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초청으로 방북 중인 중국 국가 서열 2위 리창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실물을 공개하며 핵무장 위력을 과시했다.

1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열병식에선 화성-20형을 비롯해 극초음속활공미사일, 극초음속 중장거리 전략미사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무인발사차, 지대공·지대지 미사일 종대, 최신형 탱크 '천마-20형', 155㎜자행평곡사포종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600㎜방사포 등 북한 최신 전략 무기가 일제히 종대를 이뤄 현시됐다.

조선중앙통신은 화성-20형을 두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강의 핵전략 무기체계"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북한 발표를 보면 화성-20형은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신형 고체 연료 엔진을 탑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경우 사거리가 1만5000㎞ 수준으로 미국 본토 전역 타격이 가능한 화성-18형이나 화성-19형 고체 연료 엔진보다 힘이 40% 이상 강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기존보다 파괴력을 늘리면서도 요격이 어려운 다탄두 ICBM을 확보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석좌교수는 "북한이 화성-19형을 최종 완결판이란 칭한 만큼 화성-20형은 '최최종'인 셈"이라며 "대출력 고체연료 추진체로 정상 각 발사에 따른 추진력이 향상됐고 대기권 재진입에 유리하고 5개 이상 다탄두 장착이 가능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 교란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병식에서 화성-20형 종대가 광장 거리를 메우며 들어서자 관중들은 일제히 열광의 환호가 고조를 이뤘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매체는 이 외에도 북한의 전략무기를 소개하면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생존권과 발전권, 평화 수호를 위하여 우리 당이 끊임없이 증대시켜온 자위 국방력의 정수를 이루는 절대적 힘의 실체인 전략무기 체계들이 지심을 울리며 광장에 진입했다"고 했다.

북한이 러·우 전쟁에서 쿠르스쿠즈에 파병한 부대도 등장한 것으로 관측된다. 매체는 "선인민군의 위대한 새역사를 창조하고 조선사람의 기개를 남김없이 떨친 무적의 해외작전부대종대가 위대한 영장의 사열을 받으며 위풍당당이 주석단 앞을 지나갔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을 통해 "군이 방위권에 접근하는 위협을 소멸하는 무적의 실체로 진화해야 한다"며 핵무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군대는 적을 압도하는 정치사상적, 군사기술적 우세로써 방위권에 접근하는 일체의 위협을 소멸해야 한다"며 "오직 힘으로써만, 승리로써만 지켜지고 담보될 수 있는 우리 주권과 우리 위업의 무궁함을 다시금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김정은은 "군대는 국가 주권과 발전권을 사수하는 투쟁에서 공고화되고 성숙한 혁명적 무장력의 역할은 조선 혁명을 곧바로 떠밀어가는 강력한 추진력"이라면서도 한국과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 내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열병식에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등 최고위급 인사를 대거 초청하며 사회주의권 연대 강화를 알리면서도 이들을 의식해 연설 수위를 조절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