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주택용 전기요금이 40%가량 오르는 동안 소득 하위 20%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은 8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 필수재로 자리 잡으면서 전기 사용량이 더 이상 요금이나 소득에 좌우되지 않게 된 결과로 풀이된다.
10일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과 정부 에너지총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처분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전기요금 부담액은 4만7320원으로 가정용 전기요금이 본격적으로 인상되기 직전인 2019년 2만6531원에 비해 78.3% 상승했다. 이 기간 전체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액은 58.7% 증가한 월 5만8554원이었다. 정부와 한전은 2019년 이후 가정용 전기요금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h당 88.3원(누진 1구간 기준)에서 120원으로 높였다.
소득 하위 20% 가구가 낸 전기요금은 지난 1분기 가처분소득(92만520원)의 5.1% 수준이었다. 5년 전 3.7%에 비해 부담이 1.4%포인트 커졌다. 상위 20% 가구는 가처분소득(918만770원)의 0.8%를 전기요금으로 내 0.1%포인트 부담이 커지는 데 그쳤다.
가구별 전기소비량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정부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2022년 소득 월 100만~200만원인 가구의 전기사용량은 연평균 2794㎾h, 400만~500만원인 가구는 3389㎾h였다. 소득은 두세 배 차이 나는데 전기 사용량 차이는 매달 전기밥솥 1대를 돌렸을 때 사용량 수준(45㎾h)에 불과했다. 소득에 상관없이 여름 무더위를 견디기 위해 에어컨을 필수로 갖추게 됐고 인덕션, 식기세척기 등 가전의 전기화(化)가 진전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전력 사용량은 소득 수준보다 가구원 수에 좌우되는 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곽 의원은 “전기요금이 징벌적 빈곤세가 되고 있다”며 “전기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생존재 성격이 커진 만큼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