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업 대출, 10년간 세 배 넘게 급증

입력 2025-10-10 17:53
수정 2025-10-11 01:30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규모가 최근 10년 새 세 배 이상으로 급증하며 6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주택담보대출(가계대출)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지만 ‘반쪽 대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가계·기업대출 관련 자본 규제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을 통해 전체 예금취급기관(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의 산업별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573조896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6월 말(186조6170억원)과 비교해 10년 만에 세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예금취급기관 주담대 규모가 2015년 6월 말 457조6145억원에서 올해 6월 말 875조881억원으로 1.9배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건설·부동산업 대출 증가세가 훨씬 가팔랐다.

기업대출 가운데 건설·부동산업 쏠림 현상도 심화하는 추세다.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 가운데 건설·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6월 말 20.5%에서 올해 6월 말 28.8%로 확대됐다. 성장 기여도가 높은 제조업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34.6%에서 24.9%로 축소됐다. 금융권이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치중한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회사가 제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하면 생산과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지만 부동산으로의 대출 쏠림이 심화하며 이런 연결고리가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기업대출 부실이 심화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건설·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새마을금고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6월 말 12.97%로 작년 말 대비 2.56%포인트 급등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위해선 가계대출뿐 아니라 기업대출에서도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 쏠림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15%에서 20%로 높이기로 한 것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담대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같은 규모의 대출을 내주더라도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잡혀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떨어진다. 금융당국은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높이면 국내 은행의 연간 신규 주담대 여력이 최대 27조원가량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주담대 위험가중치가 20%로 높아지더라도 다른 대출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위험가중치 20%는 개인신용대출(약 30%)과 일반 기업대출(약 40~50%)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은행들이 CET1 비율 관리를 위해 주담대를 축소하기보다 신용대출이나 기업대출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형교/박재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