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0일 15: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케이피에프의 자회사인 티엠씨가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중복상장’ 지적에 심사를 철회한 엘에스이와는 달리 티엠씨가 통과할 수 있었던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티엠씨는 지난 2일 거래소로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1991년 설립된 티엠씨는 선박·해양, 광케이블, 원자력 산업에서 쓰이는 산업용 특수케이블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작년 매출 3756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을 냈다.
앞서 증권가에선 티엠씨가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중복상장에 대한 거래소의 심사 문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중복상장은 통상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가 상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코스닥 상장사 엘티씨의 자회사인 엘에스이도 거래소의 문턱에 걸려 상장 예비심사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티엠씨는 코스닥 상장사 케이피에프가 68.37%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앞서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한 엘에스이(47.61%)보다 모회사 지분율이 높다. 또 티엠씨가 상장하면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비비테크와 케이피에프까지 송현그룹산해 3개 기업이 상장하게 된다. 케이피에프 소액주주들도 플랫폼 ‘액트’에서 결집해 거래소에 민원을 넣는 등 티엠씨 상장에 반대해 왔다.
그럼에도 티엠씨가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이유에 대해 "거래소가 자회사의 매출·영업이익이 모회사의 연결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핵심 심사 기준으로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엠씨 매출은 올해 상반기 1852억원으로 케이피에프 연결기준 매출(3947억원)의 절반 이하다. 반기 순이익은 13억원으로 케이피에프 연결실적(247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반면 상장 신청을 철회한 엘에스이의 반기 순이익은 94억원으로 연결기준으로 모회사인 엘티씨의 순이익(36억원)보다 크다. 엘티씨가 적자를 내는 가운데 엘에스이가 순이익 94억원을 거둔 결과다.
주주환원책도 거래소 심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송현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거래소의 예비심사 과정에서 주주환원책을 강화해 왔다. 지난달에는 최대주주를 제외한 케이피에프 일반주주에게 티엠씨 주식을 현물 배당하는 방안을 내놨다. 케이피에프 보유주식 31주 당 티엠씨 주식 1주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날 송현그룹은 강화된 주주환원 방안을 제시했다. 케이피에프의 배당성향을 작년 13.5%에서 올해 20% 수준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후 5년 동안도 배당성향을 20~25%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케이피에프는 자사주 50%(66만6206주)도 소각한다. 나머지 절반은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한 뒤 출연할 예정이다. 또 향후 5년 간 매년 1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신규 취득하고 소각하기로 했다.
최대주주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안도 내놨다. 우선 송무현 송현그룹 회장이 케이피에프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 송 회장은 케이피에프 최대주주인 송현홀딩스의 지분 27.73%를를 보유한 그룹 오너다. 또 케이피에프의 사외이사를 기존 1인에서 3인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번 티엠씨 예비심사 승인을 놓고 상장 회사의 자회사 상장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티엠씨가 내놓은 주주환원책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다만 거래소가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악하기 어려운 거래소 심사기준에 걸려 상장을 철회하는 일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거래소의 내부 기준으로 예비심사 결과가 좌우되고 있다”며 “아직 사례가 많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심사를 받기 전에는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