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준에 따라 기업가치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은정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한국ESG기준원의 ESG 리뷰에 실은 논문에서는 ESG 수준이 낮은 기업일수록 밸류업 지수 편입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교수는 ESG 수준이 낮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만큼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같은 밸류업 조치가 투자자에게 턴어라운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신뢰가 낮은 기업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자본효율성 제고나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경우 투자자들이 이를 기업가치 회복의 계기로 인식해 더욱 강한 주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ESG 수준 낮은 기업, 밸류업 지수 편입에 강한 주목
밸류업 프로그램은 각 기업이 자체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공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9월에 도입됐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이 내놓은 계획을 토대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산출, 기업가치 제고에 적극적인 기업을 선별해 투자자에게 제시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 편입 기업은 일관되게 양(+)의 누적 비정상 수익률(CAR)을 기록했다. 연구에 쓰인 누적 비정상 수익률은 일반적 기업의 기대수익률과 실제 수익률의 차이를 누적해 구한 값이다. 이를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은 평균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투자자의 기회를 강화하고, 발표일 전후 유의미한 초과수익을 발생시켰음을 입증했다. 발표일 전부터 편입 기업의 누적 평균 비정상 수익률(CAAR)이 빠르게 상승해 사건일 전후로 뚜렷한 양(+)의 초과수익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정확한 연구를 통해 기업 규모나 부채, 수익성을 통제했음에도 양의 수익률은 변함이 없었으며, 지수 편입이 독립적 호재로 인식되어 초과수익을 유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업의 ESG 수준별 시장 반응은 조금 달랐다. ESG 최상위 그룹(A+)에서는 밸류업 지수 편입 기업과 비편입 기업 간 CAR 차이가 유의하게 음(-)으로 나타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은 상대적으로 크게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들 기업들이 시장에 충분한 신뢰를 받고 있어 추가 호재로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높은 수준의 ESG 수준 기업은 밸류업 편입이 신뢰 가능한 가치 제고 신호로 해석되지만, 밸류업 편입으로 인한 초과수익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ESG 수준이 낮은(D) 그룹의 경우 CAR 차이가 유의하게 양(+)으로 관찰되어 투자자들이 저평가된 기업의 잠재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에 주목했음을 알 수 있다. 즉 ESG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일수록 밸류업 편입 발표가 주가에 강한 이벤트 효과를 발생시켰다. ESG 수준이 중간 수준(B+, B) 기업군에서는 전 구간에서 차이가 미약하고 일관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시장이 해당 기업의 밸류업 편입을 뚜렷한 가치 제고 요인으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보인다.
ESG 우수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신뢰 확보
ESG 수준이 우수한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이미 높은 신뢰를 확보한 기업이다. 따라서 밸류업을 위한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이 있을 때 투자자들은 이를 경영진의 기회주의적 행위가 아닌 장기적 가치 창출 전략의 일부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ESG를 중시하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ESG가 우수한 기업은 밸류업 프로그램 실행 시 더 많은 투자 수요를 유인할 수 있지만, 이미 투자자들이 예상 가능한 선에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ESG 수준이 높은 기업은 이미 비재무적 리스크(환경규제, 사회적 갈등, 지배구조 리스크 등)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요구수익률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한편, ESG 수준이 낮은 기업의 경우 밸류업 프로그램의 편입 효과가 오히려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해당 기업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만큼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같은 밸류업 조치가 투자자에게 기업가치 개선과 ESG 경영에 관심을 갖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니 인터뷰] 이은정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 연구 결과가 흥미로운데, 이 연구를 착안하게 된 배경은.
“밸류업과 ESG 중 G는 연관이 있지만, 나머지 E와 S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하지만 나는 ESG 수준이 우수한 기업은 이미 평판 혹은 신뢰 프리미엄을 보유하고 있기에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을 때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믿음, 신뢰가 더 크므로 공시의 신호 효과가 더욱 강화되어 주가에 더 잘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연구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같은 ESG 등급에도 차이가 있을 텐데, 기업별로 ESG 등급 자료만 갖고 있어 이를 고려하지 못한 한계점이 있다.”
- 이와 관련한 후속 연구 계획이 있나.
“현재 전체 ESG 등급을 대상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향후에는 E·S·G를 분리해 효과를 식별할 예정이다. 환경(E), 사회(S)와 같은 형태로 말이다.”
- 구체적으로 예상되느 결과는.
“환경(E) 성과가 우수한 기업은 규제 및 환경 리스크를 완화해 자본비용 하락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밸류업 조치에 대한 시장 재평가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사회(S) 성과가 우수한 기업은 이해관계자 관리 역량이 검증되어 평판 및 정보 투명성이 높고, 정보 비대칭 및 소송 리스크가 낮다. 결과적으로 자본비용이 추가로 감소함에 따라 밸류업 효과가 보다 강하게 발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