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개척단 사건' 피해자와 유족이 사건 발생 60여 년 만에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서산개척단 사건 피해자·유족 112명을 대리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해 총 118억원의 국가 배상 책임을 지난달 11일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서간개척단 사건은 1960년대 초 정부가 사회 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충남 서산에 개척단을 설치하고 전국의 고아·부랑인 등 무의탁자 1700여 명을 적법 절차 없이 단속·이송해 강제 수용했었던게 핵심이다. 소속 단원들은 감금 상태에서 폭행, 부실 배급, 의료 조치 미비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었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정부가 수용자들에게 대가로 약속한 개간지 분배도 지켜지지 않았다.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이 사건을 ‘국가기관이 주도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후 법률구조공단은 공익소송으로 피해자와 유족을 대리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진화위 조사보고서의 민사소송상 증거능력 인정 여부와 사건의 소멸시효가 지났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공단은 변론에서 피해자·유족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이를 뒤집을 모순된 자료가 없어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또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이나 중대한 인권침해·조작 의혹 사건에는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부장판사 김도균)은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총 11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배상액은 입소 기간 1일당 15만~20만원으로 산정됐고 일부 사망 사건에는 별도의 금액이 인정됐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윤성묵·이지영 변호사는 “국가가 ‘사회 정화’ 명목으로 자행한 서산개척단 인권침해에 대해 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라며 “위자료 액수는 아쉽지만, 늦게나마 역사적 사건에 법적 매듭을 지은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