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에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입력 2025-10-09 23:37
수정 2025-10-09 23:39

올해 노벨문학상은 ‘헝가리 현대문학 거장’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수상한 한강 작가보다 1년 앞서 2015년 맨부커상(현재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은 작가다.

스웨덴 한림원은 현지시간 9일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8시) 크러스너호르커이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라고 발표하며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다시금 확신하게 만드는, 강렬하고도 예언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날 스웨덴 라디오 방송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첫째 날”이라며 “매우 기쁘고 평온(calm)하면서도 긴장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1954년 헝가리 동남부 작은 마을 줄러에서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1976년부터 1983년까지 부다페스트대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1987년 독일에 유학했다. 이후 네덜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중국 몽골 일본 미국 등 여러 나라에 머물며 작품 활동에 매진해왔다. 헝가리 최고 권위 문학상인 코슈트 문학상(2004)과 독일 브뤼케 베를린 문학상(2010) 등을 받았다. 노벨문학상을 위한 일종의 ‘예심’으로 통하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수상한 데 이어 2018년에도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묵시록’은 그의 작품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이다. 난해한 문체, 종말론에 대한 상상이 특징이다. 미국 대표 작가이자 평론가 수전 손태그는 그에 대해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이라고 평했다. 한림원은 크러스너호르커이에 대해 “(프란츠)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중앙유럽 문학의 전통을 잇는 위대한 서사시 작가”라며 “부조리함과 그로테스크한 과잉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관통하는 종말론적 성향과 관련해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국내에서는 알마 출판사에서만 책이 출간됐다. 안지미 알마 출판사 대표는 러닝타임이 7시간이 넘어가는 영화 ‘사탄탱고’에 매료돼 원작인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동명 소설을 시작으로 <저항의 멜랑콜리>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라스트 울프> <세계는 계속된다> <서왕모의 강림> 등을 국내에 소개해왔다. 안 대표는 “번역가가 고사할 정도로 난해한 작품들이지만 만연체 문장 속에서 이야기를 캐내는 매력을 준다”며 “요즘사회에서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온전한 몰입을 경험하게 하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알마 출판사에서는 그의 작품 <헤르쉬트 07769>도 출간하기 위해 현재 번역 작업 중이다. 이 소설은 현대 독일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사회적 무질서, 폭력과 아름다움을 그린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스웨덴크로나(약 16억5000만원)와 함께 노벨상 메달과 증서가 수여된다. 시상식은 노벨상 설립자인 알프레드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