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티켓 따낸 황유민 "데뷔 첫해 또 우승해야죠"

입력 2025-10-09 17:34
수정 2025-10-09 23:33
황유민과 김민솔이 미국 및 한국에서 '초청 선수의 반란'에 성공하며 한국 여자 골프의 새 부흥기를 예고하고 있다. 황유민은 지난 5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내년부터 2년간 LPGA투어 풀시드를 따냈다. 8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급 대회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깜짝 우승한 김민솔은 5개 대회만에 2승을 올려 KLPGA투어의 스타 기근 우려를 단숨에 불식했다.
지난 5일 미국 하와이주 호아칼레이CC(파72) 18번홀(파5). 2타 차로 황유민을 추격하던 김효주가 세 번째 샷으로 이글을 노렸지만 살짝 짧았다. 먼저 경기를 마친 황유민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마지막 버디퍼트를 앞두고 그린에 올라선 김효주는 황유민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저에겐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에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좋아한 (김)효주 언니에게 인정받은 느낌이었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한 황유민은 9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LPGA투어에서 효주 언니와 우승 경쟁을 하는 상상을 하며 꿈을 키웠다”며 “우상인 효주 언니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받아 기쁨이 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출발점에 선 만큼 기쁨에 취해 있기보단 지금부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황유민의 우승은 ‘하와이의 기적’으로 불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그가 자신의 메인 후원사 롯데의 초청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해 역사를 쓰면서다. 특히 비회원 자격으로 우승해 LPGA투어에 직행하는 루트를 되살리면서 미국 무대에서 잠시 주춤했던 한국 여자 골프가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유소연(2011년), 전인지(2015년), 김아림(2020년)이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미국 직행 티켓을 따냈고, 고진영은 2017년 LPGA KEB 하나은행 우승으로 LPGA투어 회원 자격을 얻었다.

한국 여자 골프 간판스타 계보를 잇게 된 황유민은 “쉽지 않은 무대라는 걸 잘 알기에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적응해 나가겠다”며 “신인상 수상에 큰 욕심은 없지만 루키 시즌에 또 우승을 추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2년간 세계 랭킹을 더 높여 태극마크를 달고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나가는 것도 장기적 목표”라고 덧붙였다.

황유민의 우승은 미국에서도 화제다. 미국프로골퍼협회(PGA 오브 아메리카)는 황유민이 셋째 날 3타를 잃고 미끄러진 뒤 마지막 날 5타를 줄여 역전승한 사실을 소개하며 “황유민의 경기는 회복을 위한 교본이 될 수 있다”고 조명했다. 황유민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집중했더니 기적이 일어났다”고 돌아봤다.

황유민은 오는 16일부터 나흘간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 레이크코스(파72)에서 열리는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으로 KLPGA투어 활동을 재개한다. 황유민은 “LPGA투어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며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