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닷컴버블과 유사"…AI 광풍 경고

입력 2025-10-09 17:52
수정 2025-10-10 01:34
국제통화기금(IMF)과 영국 중앙은행(BOE)이 인공지능(AI) 열풍을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때와 비교하며 시장이 갑작스럽게 조정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8일(현지시간) 밀컨연구소 주최 연설에서 “AI의 생산성 제고 잠재력에 대한 시장의 낙관적인 심리가 갑자기 전환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25년 전 인터넷 붐 당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AI에 대한 낙관론이 시장을 뜨겁게 달구며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해 왔다”면서도 “만약 주가가 급격히 조정된다면 세계 성장세가 둔화하고,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노출되며, 특히 개발도상국은 그 여파로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연설은 13~18일 열리는 IMF 연차총회를 앞두고 이뤄졌다.

BOE의 금융정책위원회(FPC)도 이날 공개한 최근 회의록에서 현재 AI 붐이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와 비슷하다고 지적하며 “세계 금융시장에서 갑작스러운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BOE는 “미국 주식의 경기 순환조정 주가수익비율(PER)이 25년 전 닷컴버블 정점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S&P500지수의 1년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25배로, 역사적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2000년 닷컴버블 때보다는 다소 낮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IMF와 BOE의 지적에 대해 “국제기구 관료 등이 보낸 경고 중에서 AI가 주도하는 시장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가장 분명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AI 거품론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이번 AI 붐은 닷컴버블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은 페츠닷컴 같은 닷컴버블 시기의 신생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재무적으로 훨씬 더 건전하고 자본력이 막강하다”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 관계자들도 AI 버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AI 거품은 금융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아니다”며 “경제학적으로는 ‘좋은 거품’에 가깝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