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네이버·한미반도체 쓸어담은 큰손들

입력 2025-10-09 17:16
수정 2025-10-20 18:37
개인투자자들이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10조원 규모의 ‘역대급 매도’에 나섰지만 고액 자산가들은 되레 대형주 위주로 매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조선, 반도체,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수억~수십억원어치씩 쓸어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액 투자자 사이에선 코스피지수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는 게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조선·반도체 밸류체인 순매수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에 예탁한 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들은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조선업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가장 많이 매입한 종목은 한화오션으로, 약 3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한화오션 주가는 지난 1개월간 1.36% 오르는 데 그쳤지만 자산가들은 여전히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기대가 유효하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중공업(순매수 7위·110억원), HD현대중공업(12위·90억원)도 자산가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한미반도체(3위·156억원), 삼성SDI(8위·100억원), 테크윙(14위·81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최근 주가가 크게 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순매수 상위 15위권에 들지 못했다.

해외투자 상품 중에선 암호화폐 관련주와 AI 기술주, 금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였다. 자산가들의 해외 순매수 1위 종목은 비트마인으로, 한 달 동안 27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비트마인은 세계 최대 이더리움 보유 기업이다. 팰런티어, 오라클, 코어위브,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렌 등 AI 관련주도 순매수 상위권에 포진했다.

‘SPDR 골드’(GLD·118억원), ‘SPDR 골드 미니셰어스 트러스트’(GLDM·79억원) 등 금 ETF 거래도 활발했다. 삼성증권의 한 PB는 “자산가들은 국내보다 해외 금 ETF를 선호했다”며 “금값과 환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어 달러 기반의 금 투자가 유리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주식이 가장 유망”자산가들은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다. 삼성증권이 디지털 서비스 ‘에스라운지’ 이용자(온라인 플랫폼에서 1억원 이상 굴리는 투자자) 8400여 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디지털 부유층’의 48.1%는 올해 4분기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한국’을 꼽았다. 미국을 선택한 투자자는 44.5%였다. 중국 등 기타 국가는 7.4%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75.6%는 주식을 가장 유망한 자산으로 봤다. 원자재(9.6%) 가상자산(8.6%) 채권(3.6%) 현금(2.6%)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설문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7.7%는 코스피지수가 4분기 ‘3500~3700’ 구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3700 이상으로 높게 전망한 응답자는 31.6%였다. 10명 중 8명꼴로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을 예상한 것이다.

다만 일부가 조정 가능성에 베팅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거액 자산가들이 지난달 순매수한 종목 6위에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114억원)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역으로 두 배 추종하는 게 특징이다. ‘KODEX 머니마켓액티브’ ETF도 1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불확실성이 커질 때 ‘파킹’(일시 대기)하는 목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상품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