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글로벌 ESG 브리핑
[정책]
美 캘리포니아주, 기업에 기후 위험·배출량 공개 요구 확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주 대기업에 대한 기후 위험 및 배출량 공개 요구사항을 2배로 늘렸다. 기후 기업 데이터 책임법은 2026년부터 연간 매출이 10억 달러를 넘는 상장 혹은 비상장기업에 온실가스배출량(스코프 1·2·3) 및 기후 관련 재무 위험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률이다. 기후 관련 재무 위험 공시법은 연간 매출이 5억 달러를 초과하는 기업에 기후 관련 재무 위험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데이터법의 경우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5300여 개 기업이 이 법안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만을 대상으로 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하는 점과 비교하면 더 엄격하다.
EU, 지속가능성 옴니버스 법안 비공개 투표에서 부결
유럽연합(EU)이 기후 관련 기업 보고 의무를 대폭 완화하려던 ‘지속가능성 옴니버스(Sustainability Omnibus)’ 법안을 비공개 투표에서 부결시켰다. 찬성 309표, 반대 318표, 기권 34표로 단 9표 차이였다. 당초 이 법안은 위원회 통과 이후 형식적 절차로 본회의 승인이 예상됐으나, 극우 성향 의원들의 요청으로 실시된 비공개 투표가 판세를 뒤집었다.
이와 함께 EU는 ‘산림전용방지법(EUDR)’의 시행 유예기간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시행 예정인 해당 법은 2026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EUDR은 콩, 커피, 팜유 등 상품의 생산과정에서 벌목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추적·확인하도록 규정한다. 일부 회원국은 시행 연기를 요구했지만, 유럽집행위원회는 “법의 실효성을 위해 조속 시행이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EU, 새로운 탄소규제 시장에서 ‘배출권 급등 완화책’ 마련
2027년부터 새로 도입하는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 2(EU-ETS 2)에 배출권 가격 및 물가가 급등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통제 제도를 도입한다. EU는 현재 발전 부문과 일부 산업 부문에만 배출권거래제를 적용하고 있으나 2027년부터는 건물, 수송, 난방 등에 확대 적용하는 EU-ETS 2를 새로 도입한다. 블룸버그는 EU가 가격 통제 방안 없이 EU-ETS를 도입하면 2029년 탄소배출권 가격이 149유로(약 24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기존 70유로보다 약 80% 높은 수준이다. EU는 시장안정준비제도(MSR)를 확대해 가격 급등락을 완화하고, 배출권 사전 경매 방식을 도입해 급등세를 억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뉴질랜드 정부, 기후 관련 공시 규정·메탄 목표 완화
뉴질랜드 정부가 기후 관련 공시 규정 대상을 축소한다. 기후 관련 공시 의무를 지는 상장기업의 시장 자본 규모 기준을 기존 NZ$6000만(약 3000만 달러)에서 NZ$10억(약 5억~6억 달러)로 대폭 상향했다. 또 관리형 투자 기구를 기후 공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기업 임원(이사)에 대한 기후 공시 위반 책임 규정도 조정돼 이사의 개인 책임도 완화된다. 이 조치로 공시 대상 기업 수가 약 164개에서 약 76개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편 뉴질랜드는 가축 및 농업 부문 메탄 감축 목표도 낮췄다. 이전 목표는 2017년 대비 24~47% 감축이었지만, 새 목표는 12~24%로 줄었다.
국제해사기구, 선박 탄소세 채택 1년 연기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서 다수국이 잠정 합의했던 ‘선박 탄소세’ 채택이 1년 연기됐다. 탄소세 안은 5000톤 이상 선박에 1톤당 약 380달러의 탄소가격을 부과해 2030년부터 연간 150억 달러(약 21조 원)의 재원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러시아·이란이 강경하게 반대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토론 연기 결의안을 제출하면서 57개국 찬성, 49개국 반대, 21개국 기권으로 연기가 결정됐다.
[경제 & 금융]
미국 주요 은행, 화석연료 자금 조달 21% 차지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웰스파고 등 미국 상위 4개 은행이 전 세계 화석연료 자금 조달의 21%를 차지했다. 최근 뱅킹 온 클라이밋 카오스(Banking on Climate Chaos) 리포트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은행들은 2024년에 화석연료 자금 조달을 전년 대비 1625억 달러 늘려 지난 2년 연속 추세였던 해당 부문 투자 감소 방향을 바꿨다. 대상 은행 중 45개가 전년 대비 화석연료 자금 조달을 늘렸고, 64대 글로벌 은행이 2024년 화석연료 회사에 8690억 달러를 약속했다. 이 중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는 영국 바클레이즈와 함께 2024년 화석연료 투자를 120억 달러 이상 늘린 상위 3개 금융사다. 미국 은행은 2024년에 화석연료 자금 조달에 289조 달러를 기여했으며, 이는 보고서에서 다루는 전 세계 자금 조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블랙록 GIP·엑손모빌 등 ‘탄소 측정’ 연합 꾸린다
블랙록의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 엑손모빌, 산탄데르, BASF, EY 등이 ‘탄소 측정(Carbon Measures)’ 연합을 꾸려 제품·거래 단위로 배출을 추적하는 탄소회계 프레임워크 모델을 개발한다. 대표이사는 에이미 브라키오 전 EY 글로벌 지속가능성 책임자가 맡았다. 이 연합은 공급망 단계별 탄소를 측정해 이중 계산을 최소화하고, 제품별 탄소집약도 표준을 만들어 저탄소 생산을 투자로 보상한다는 계획이다. 전력·연료·철강·콘크리트·화학 등 핵심 산업 표준 제정과 정책 제언도 병행할 예정이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는 지금의 탄소회계에 회의를 드러내며 새로운 탄소측정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산업]
올해 노벨 화학상,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 수여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과학원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공기 중에서 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자 구조를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2025년 노벨 화학상을 수여했다. 세 명의 과학자는 가스 및 화학물질이 통과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가진 금속-유기 골격체를 창조한 공로로 공동 수상했다. 이 구조는 이미 이산화탄소 포집, 수소 저장, 사막 공기 중 수분 채집, 수질 오염물질 제거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 에너지와 전자, 제약 사업에서도 응용 가능성이 높다. 전자산업에서도 이 다공성 물질을 이용해 반도체 생산 시 발생되는 유독가스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네슬레, 낙농 메탄 감축 연합에서 탈퇴
네슬레가 낙농 메탄 감축 연합을 탈퇴한다. 지난 2023년 12월 네슬레, 다논, 크래프트 하인즈 등 세계 최대 식품기업들이 수십만 낙농 공급업체의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글로벌 연합체를 출범한 바 있다. 농업은 인간이 유발하는 주요 메탄 배출원으로, 이 중에서도 축산업은 전체 배출량의 25~80%를 차지한다. 네슬레는 메탄 감축 연합에서 탈퇴하지만, 2030년까지 기후 오염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자체 목표 및 2050 넷제로 목표는 유지한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다논, 스타벅스, 제너럴밀스 등은 이 연합에 계속 참여 중이다.
바클레이즈, 암석 풍화 방식 이산화탄소 제거 협약에 서명
바클레이즈가 암석 풍화 방식(ERW)의 6538톤 규모 이산화탄소 제거(CDR) 협약에 서명했다. 암석 풍화 방식은 이산화탄소 격리를 목적으로 암석 열화 과정을 가속화하는 자연 기반 솔루션이다. 바클레이즈와 한 이 계약에 따라 언두(UNDO)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규산염 암석을 농지에 퍼뜨린 다음 자연적으로 침식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한다. 이 풍화작용은 토양 PH를 안정화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물 회복력을 지원하는 칼슘·마그네슘 같은 영양분을 방출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해 언두와 암석 풍화 방식의 유사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바클레이즈는 이를 통해 스코프 1과 스코프 2 배출량을 95% 줄임으로써 넷제로 운영 전략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中 풍력 기업 밍양, 세계 최대 부유식 풍력터빈 개발 계획 발표
중국 최대 민영 풍력터빈 제조업체인 밍양(明?)이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풍력터빈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밍양은 베이징에서 열린 업계 콘퍼런스에서 50MW급 부유식 풍력터빈을 공개했다. 부유식 풍력터빈은 해저에 기둥을 박아 고정하지 않고, 닻을 내려 고정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풍력과 태양광 설비 설치량에서 2030년 목표를 6년 앞당겨 달성한 유일한 국가로, 풍력발전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밍양과 골드윈드 등 중국 풍력 기업은 최근 향후 5년간 연 120GW 설치를 정부에 제안했다. 이를 통해 2030년 1300GW를 달성, 지난해 말(520GW)보다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영국의 전체 해상풍력 설비 용량이 약 15GW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 규모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