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글로벌 시장 확대와 사업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하며 지속 성장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되살리고 미래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남아를 넘어 선진국까지 영역을 넓히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원롯데’ 글로벌 확장 가속도
우선 해외 확장이 뚜렷하다. 롯데는 ‘한·일 원롯데’ 협력 체계를 통해 식품과 호텔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식품 부문에서는 지난해 9월 신동빈 회장이 주재한 전략회의 이후 공동 소싱과 마케팅, 양사 제품 교차 판매가 활발하다. 롯데웰푸드는 인도 자회사 롯데인디아와 하브모어를 합병해 인도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하리아나 공장에 330억원을 투입해 빼빼로 첫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 중이며, 푸네 빙과 신공장에도 700억원을 투자해 올해 2월부터 가동했다.
현지에서 선보인 돼지바(크런치)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개를 돌파하며 흥행 조짐을 보였다. 인도 소비 시장의 성장세와 냉동·빙과류 소비 증가를 고려할 때 향후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호텔 부문도 확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합작해 롯데호텔스재팬을 세우고 롯데아라이리조트와 롯데호텔 긴시초의 공동 운영을 시작으로 신규 호텔 개발과 통합 관리에 나선다. 프랜차이즈와 위탁 운영 중심의 자산 경량화 전략을 통해 세계 주요 도시 진출도 가속화한다. 미국 뉴욕에서는 더 뉴요커 호텔을 리브랜딩 개장했고 괌, 뉴욕, 시애틀, 시카고 등 미주 지역에서 쌓은 브랜드 경쟁력을 기반으로 추가 계약을 추진 중이다. 고정자산 부담을 줄이면서 수익성을 높이는 이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외식 계열사 롯데지알에스는 베트남에서 250여개 롯데리아 매장을 운영하며 해외 운영 노하우를 쌓은 뒤 미국 시장을 두드렸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풀러턴에 1호점을 연 데 이어 주요 거점 도시로 출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매장은 ‘더 오리지널 케이버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리아 불고기·새우, 비빔 라이스버거 등 한국식 메뉴를 전면에 배치했다. 미얀마·라오스·몽골 등 기존 동남아 시장을 넘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진출도 준비 중이다.
유통 부문에서는 롯데쇼핑이 2030년까지 해외 매출 3조원을 목표로 베트남에 복합 쇼핑몰을 2~3곳 추가 출점할 계획이다. 베트남 하노이에 지난해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총 사업비 8000억원을 들여 연면적 35만4000㎡ 규모로 지어졌다. 쇼핑몰과 마트, 호텔, 아쿠아리움, 영화관을 한곳에 모은 초대형 복합단지로, 지난해 매출이 2800억원에 이르러 현지 최대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롯데마트 역시 2008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난 8188억원, 영업이익은 304억원으로 11.2% 증가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점은 도매와 소매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매장으로 재단장해 현지 맞춤형 운영을 강화했다. ◇롯데, 구조조정 속도…재무 건전성 강화롯데는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한 사업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루이지애나 법인 지분 40%를 주가수익스와프 계약으로 6626억원, 인도네시아 지분 25%를 6500억원에 매각해 총 1조3000억원을 확보했다. 이어 파키스탄 법인 979억원과 일본 레조낙 지분 4.9%(2750억원)도 처분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롯데렌탈 지분 56.2%를 1조6000억원에 매각하고, 롯데웰푸드 증평공장, 코리아세븐 현금자동입출금기 사업,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유휴 부지, 3300억원 규모의 엘세븐 강남 바이 롯데 등 비효율 자산을 잇따라 정리하고 있다.
콘텐츠 계열사 롯데컬처웍스는 메가박스중앙과 합병을 추진 중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확산과 관객 감소로 국내 영화 투자 환경이 위축된 가운데, 합병을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외부 투자금을 확보해 극장과 영화 사업 경쟁력, 케이콘텐츠 제작 역량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선진국을 포함한 글로벌 확장과 재무 안정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병행해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며 “핵심 사업의 경쟁력 회복과 미래 투자 재원 확보에 박차를 가해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143조
롯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 발표에서 공정자산총액 143조원을 기록하며 5위에 올랐다. 지난해 129조8300억원에서 13조원 가량 증가했다. 자산의 실질가치 반영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실시한 롯데쇼핑, 호텔롯데의 자산 재평가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