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 빅딜' 핵심은 인공지능…韓게임 운명, AI가 가른다

입력 2025-10-08 16:55
수정 2025-10-08 23:52

축구 게임 ‘피파’로 유명한 미국 게임업체 일렉트로닉아츠(EA)가 550억달러(약 73조원)에 매각되면서 글로벌 게임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게임 제작 등에 인공지능(AI)이 접목돼 비용을 효과적으로 낮추고 있는 데다 개인 맞춤형 콘텐츠 제작까지 가능해진 덕에 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AI 활용 결과를 누가 먼저 내느냐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치 올린 윌슨 CEO EA를 AI 기업으로 이끄는 인물은 앤드루 윌슨 EA 최고경영자(CEO)다.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 2013년 CEO 자리에 오른 윌슨은 모바일 전환에 적응하지 못해 침몰 직전인 EA를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윌슨 CEO는 ‘플레이어 우선’ 전략과 디지털 전환을 취임과 동시에 밀어붙였다. 최근 몇 년간은 게임에 AI를 접목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AI는 게임 개발 과정의 절반 이상을 바꿀 것”이라며 반복적이고 비용이 큰 작업을 자동화해 품질과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A는 2017년 생성형 AI 등 차세대 기술을 실험하는 미래 연구소 ‘시드(SEED)’를 신설했다. 시드는 캐릭터 행동 패턴 생성, 실시간 음성 번역, 게임 환경 자동 생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개발 효율을 끌어올렸다. 예컨대 축구 게임 ‘EA 스포츠 FC’에는 AI를 활용해 선수 움직임과 공 궤적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EA 내부에서 가동 중인 AI 프로젝트만 1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도 투자자들이 EA의 AI 역량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A 매각에 대해 “AI 기반 효율화가 향후 몇 년간 EA의 이익을 크게 높일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막대한 차입을 감내하면서도 이번 거래에 뛰어든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윌슨 CEO가 2023년 EA를 EA스포츠와 EA엔터테인먼트로 분할하는 등 대대적인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핵심 사업에 주력한 점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업계 AI 활용률 41%국내 게임사 중에선 엔씨소프트가 AI 활용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 별도 법인 ‘NC AI’를 출범시키며 게임 내 AI 기술 고도화와 동시에 산업 외부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NC AI는 생성형 AI 기반의 대화형 캐릭터 개발뿐 아니라 패션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게임 데이터와 학습 기술을 의류·디자인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크래프톤도 AI 기반 상호작용 캐릭터 ‘CPC’를 개발했다. 기존 조종불가캐릭터(NPC)가 정해진 행동만 반복하는 데 그쳤다면, CPC는 이용자와 대화하고 협력하며 새로운 플레이 경험을 제공한다. 넥슨은 최근 AI를 활용해 게임 흥행도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했다. 출시 전 성과를 가늠해 개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실패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의 매몰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게임사의 AI 활용률이 높다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일 발표한 ‘2025년 2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에 따르면 게임업계의 AI 활용률은 41.7%로 콘텐츠 전 분야 중 가장 높았다. 게임사 중 43.8%는 전사 차원에서 AI를 도입했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개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