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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공지능(AI)을 만들려면 좋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말이 되었다. AI라는 말만 들어도 다들 “데이터가 핵심이지”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이 믿음이 오래된 상식은 아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AI의 성패는 전문가의 지식을 잘 정리해 넣느냐에 달려있었다. 전문가의 명시적 지식이든 묵시적 지식이든, 그것을 어떻게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러다 2010년대 초반, 인공신경망을 활용한 딥러닝 혁명이 찾아왔다.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AI를 가르치는 주체는 인간 전문가가 아니라 데이터가 되었다. 좋은 데이터를 넣으면 좋은 AI가 나오고, 나쁜 데이터를 넣으면 나쁜 AI가 나온다.‘좋은 데이터’에서 ‘모든 데이터’로하지만 이제는 이 공식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AI를 만들려면 그저 ‘좋은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세상의 ‘모든 데이터’가 필요하다. AI의 규모를 키울수록 성능이 좋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모두가 더 큰 AI를 만들기 위해 달려들었다. 초대형 AI 모델을 향한 경쟁 속에서 연구자들은 인터넷 구석구석에 흩어진 데이터까지 긁어모았다. 머지않아 AI는 인간이 생산한 모든 데이터를 학습하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더 이상 단순한 계산 도구가 아니게 되었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갖춘 새로운 존재로 떠올랐다. 바로 AI 에이전트다. 이제 AI는 질문에 답하거나 문제를 계산하는 도구의 수준을 넘어 인간을 대신해 행동하는 주체로 진화하는 중이다. 새로운 진화: AI 에이전트아마존이 시범적으로 공개한 ‘바이 포 미(Buy for me)’를 보라. 이 쇼핑 에이전트는 아마존뿐 아니라 다양한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고객 취향에 맞는 상품을 찾아 추천한다.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고객이 승인하면 스스로 로그인해 주문 정보를 입력하고, 결제까지 끝낸다.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복잡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의료, 법률, 금융 등 전문적 영역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진단을 보조하며, 법률정보를 검색하고 문서 초안을 자동으로 작성한다. 신용 평가나 투자 결정에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AI 개발 경쟁의 핵심은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뛰어난 ‘두뇌’를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는지로 옮겨갔다.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야 AI가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다양한 문제를 푸는 힘을 갖출 수 있다. 법에 가로막힌 학습 데이터하지만 막상 방대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려 하면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라 해도 학습에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개인정보나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가 얽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AI가 개인정보를 학습하면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가 예기치 않게 유출할 수 있고, 저작물을 학습하면 표현을 암기해 그대로 복제해 낼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더 이상 잘 맞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AI 에이전트에게 무엇을 학습했는지 묻지 않는다. 학습에 포함되지 않은 정보라도 인터넷을 검색하고 자료를 찾아 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2022년 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최신 사건에 관해 물으면 엉뚱한 답을 하곤 했다. 학습 데이터에 없는 내용은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학습에서 외운 문장을 그대로 꺼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기사를 찾아 요약해 답한다.
과거에는 AI가 무엇을 아는지가 중요했지만,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인간의 학습 방식이 발전해 온 것과 비슷하다. 옛날 과거 시험에서는 경전을 얼마나 잘 외우는지가 중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책을 암기하는 능력이 아니라, 필요한 자료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