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앱 아닌 OS"…챗GPT에서 부킹닷컴·스포티파이 바로 쓴다

입력 2025-10-07 11:47
수정 2025-10-07 11:58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내에서 스포티파이, 부킹닷컴, 캔바 등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게 된다.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이용하는 챗GPT의 유저 기반을 이용해 독자 앱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챗GPT로 작동" 소식에 피그마 7% 급등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 데브데이에서 "어플리케이션 인 챗GPT는 대화 가능한 상호작용적이고 개인화된 차세대 어플리케이션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예를 들어 챗GPT로 '강아지 산책 스타트업'의 사명으로 적합한 후보들을 물어본 뒤, 이 중 하나를 디자인 도구 '캔바'를 통해 포스터로 만들 수 있다. 챗GPT를 통해 스포티파이에서 '주말 플레이리스트'를 요청할 수도, 주택 매매 플랫폼인 질로우에서 '침실 3개 집'을 추천받을 수 있다.

현재 챗GPT 내에서 이용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은 캔바(Canva) 스포티파이(Spotify) 질로우(Zillow) 피그마(Figma) 코세라(Coursera) 익스피디아(Expedia) 부킹닷컴(Bookingcom) 7개다. 향후 우버 도어대시 인스타카트 올트레일 등도 챗GPT에서 작동할 수 있게 된다. 개별 앱들은 모델컨텍스트프로토콜(MCP)를 통해 챗GPT의 유저 인터페이스(UI) 내에서 구현된다. 챗GPT 내에서 구동되고자 하는 앱들은 '앱스 SDK(소프트웨어개발도구)'의 체험판을 사용해볼 수 있다.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지메일, 드라이브, 클라우드 등 자체 솔루션들을 AI 챗봇 제미나이로 연결한다면, 오픈AI는 챗GPT를 기반으로 외부 앱들을 끌어들인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올트먼 CEO는 "과거 데스크톱 내 소프트웨어로 작업을 했다면 이제는 브라우저에서 솔루션을 구동하고 있고, 앞으로는 챗GPT 내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오픈AI는 자체 AI 생성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캔바, 피그마 등 이미지 제작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렉 브록만 오픈AI 회장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유용한 앱에서 운영체제(OS)로 발전하는 챗봇의 진화를 보게 될 것"이라며 "챗봇 네이티브(챗봇 OS를 기반으로 설계된 소프트웨어)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픈AI가 챗GPT 내에서 작동한다고 밝힌 디자인 도구 피그마는 주가가 7.39% 오른 56.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여행 플랫폼 익스피디아 주가도 7% 가량 오른뒤 2.1%로 상승폭을 줄였다. 전날 오픈AI와 AMD가 6기가와트(GW)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계약을 발표하자 AMD 주가가 36% 폭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픈AI의 골든 터치"라고 평가했다.AI디바이스 만드는 조니 아이브 "집중 어려워" 오픈AI는 AI에이전트 개발 도구인 '에이전트킷(AgentKit)'도 출시했다. 이는 단순한 질의 응답에 그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AI에이전트를 쉽게 개발할 수 있는 도구다. 에이전트킷은 직관적으로 AI에이전트의 업무 흐름을 이해하고 구축할 수 있는 '에이전트 빌더', 각 단계를 AI로 수정할 수 있는 '채팅킷', 그리고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에이전트 평가' 세 단계로 구성된다. 올트먼 CEO는 "에이전트킷은 오픈AI 플랫폼이 제공하는 완전한 빌딩 블록 세트"라며 "AI에이전트를 시범 단계에서 실제 운영 단계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라고 설명했다.

또 오픈AI는 지난 5월 프리뷰 형태로 선보인 AI코딩 에이전트 '코덱스(Codex)'를 정식 출시한다. 올트먼 CEO는 89세 일본인 개발자가 노인을 위한 아이폰 앱 11개를 챗GPT로 개발하는 등 사례를 언급하며 "이제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기조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올트먼 CEO는 AI 영상 소셜 앱 소라2, AI인프라 전략 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오픈AI는 지난달 30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동시에 저작권·초상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소라2'와 관련해 '저작권자와 수익을 공유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도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분명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도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몇달 동안 많은 시도를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또 AI인프라와 관련해 "우리가 3배, 10배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제품을 구축하고 제공하고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올트먼 CEO는 애플 출신이자 오픈AI의 AI 디바이스 디자인을 맡고 있는 조니 아이브와 대담도 진행했다. 아이브는 '꼭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올트먼 CEO의 질문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도구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AI 변화의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그로 인해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날 파이낸셜타임즈(FT)는 오픈AI의 AI 디바이스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