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개인정보는 보호의무 없어"

입력 2025-10-06 09:38
수정 2025-10-06 09:40

변호사가 자신이 대리한 재판에서 타인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서류를 증거로 제출했더라도 소송행위의 일환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4일 개인정보를 누설했다며 전모씨가 변호사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이 변호사는 다단계 사기 사건에 연루된 A씨와 B씨 사이 민사 분쟁 사건에서 B씨를 대리하면서 전 씨와 C 씨가 맺은 계약서 사진을 확보했다. 이 계약서에는 '전씨는 C씨에게 소송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C 씨가 수수하는 피해보상금 50%를 지급받는다'는 내용으로 전 씨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었다.

이 변호사는 "A씨의 주장은 변호사 자격 없이 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브로커 전씨에 의해 왜곡된 일방적 주장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 위해 이 계약서 사진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자 전 씨는 "이런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며 자신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담긴 증거를 법원에 제출한 것은 위법하다며 B 씨와 이 변호사를 상대로 4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이 변호사가 보호받아야할 개인정보를 누설했다며 3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에 제출하는 개인정보도 보호 대상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변호사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보고 3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 입증을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