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잉크' 마르기도 전에…'환승 탈퇴' 꺼낸 서울마을버스

입력 2025-10-05 06:00
수정 2025-10-05 07:02

서울시와 서울마을버스조합이 지난 2일 운송 서비스 개선 합의문에 서명해 파행 우려가 진정되는 듯했지만 조합은 48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내년부터 환승제도 탈퇴” 가능성을 예고하며 논란을 재점화했다. 서울시민 이동권을 거래 수단으로 삼았다는 비판과 지방선거 시기를 노린 압박 카드로 활용했다는 관측도 잇따른다.

5일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 등에 따르면 합의문에는 2025년 재정지원 기준·한도 확정뿐 아니라 기사 채용을 유도하는 ‘서비스 개선 특별지원금’ 신설, 시·조합 공동 ‘실무자협의회’ 구성·운영, 환승요금 문제 등 건의사항과 서비스 개선 과제의 지속 논의·공개 이행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이 '재정지원 기준만 합의됐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시민 앞에서 합의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그럼에도 조합은 ‘환승 탈퇴’ 가능성을 다시 꺼냈다. 조합은 환승체계 편입 이후 손실이 누적됐다며 환승손실에 대한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환승손실은 요금이 오를수록 계산상 커지는 개념일 뿐 실제 재무 손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올해 회계감사 결과 140개 업체 중 99곳이 흑자를 낸 점도 의문을 뒷받침한다. 단순 보전 방식으로는 환승 승객이 많은 상위 업체일수록 보전액이 커져 세금이 추가 이윤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을버스 운영회사들의 회계 투명성 논란도 있다. 일부 업체에서 대표이사 개인에 대한 자금 대여, 과도한 배당, 법인 외제차 구매, 다수 차량 보유 등 문제가 지속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연내 보전이 없으면 내년부터 환승 탈퇴”라는 최후통첩식 요구를 다시 꺼낸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 이동권을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재정 부담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올해 서울시의 마을버스 보조금은 400억원을 넘겼다. 추가 재정 투입에는 한계가 있고, 파행 운행은 시민 불편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 평균 84만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만큼, 민간 사업자라도 공공서비스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합의 직후 ‘환승 탈퇴’ 재거론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가들은 시와 조합이 약속한 실무자협의회를 즉시 가동해 환승요금·서비스 개선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조합은 회계 투명성 제고와 합의 이행 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교통정책 전문가인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본부장은 “적자의 주범을 환승제로만 돌리기보다 요금인상 이후에도 배차·운행 품질이 회복되지 않아 수요가 빠진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보조금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공공성 강화와 운영체계 다변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