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비싸면 어때요" 2030 몰리더니…40만원짜리도 '품절 대란'

입력 2025-10-06 13:39
수정 2025-10-06 14:55

경기 침체에도 ‘작은 사치’는 멈추지 않는다. 최근 유통업계를 달구는 키워드는 ‘스몰럭셔리(small luxury)’다. 특히 명품업계가 화장품·뷰티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명품을 즐기는 길이 넓어졌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의 향수 매출은 일제히 큰폭으로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전년 동기 대비 15%, 신세계백화점은 21.2%, 현대백화점은 20% 이상 각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 세대 사이에서 인기 연예인들이 쓰는 향수가 인기를 끌면서 화장품 매출을 끌어올렸다. 프랑스 럭셔리 니치 향수 브랜드 '크리드'는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닝닝이 "최애 향수다"라고 언급하면서 국내에서 급격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헤네시 가문의 향수브랜드인 '킬리안'은 배우 차주영이 사용한다고 알려지며 인기가 높아졌다.

올해 향수 시장은 '스몰럭셔리' 바람을 타고 크게 성장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엑스니힐로는 지난 1~8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20% 증가했다. ‘블루 탈리스만 오 드 퍼퓸’은 100ml에 40만 원대지만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향수를 비롯한 명품 화장품들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명품업계 1위인 루이비통은 지난 8월 초 첫 코스메틱 제품인 ‘라 보떼 루이비통’을 출범했다. 립스틱과 립밤은 개당 23만원, 아이섀도는 36만원으로 책정됐다. 리필 제품만 해도 9만8000원에 달한다. 에르메스 립스틱이 10만원 안팎, 샤넬이 5만~7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세 배 비싸다. 초고가 정책을 내세웠지만 루이비통의 인기에 초도물량들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였다.

부담이 큰 명품 가방, 옷 대신 화장품 같은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업체들은 '부담 없는 럭셔리'로 사람들을 이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뷰티 제품은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소비층을 유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이 지속적인 재구매가 필요한 품목인 만큼 안정적인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명품업체들의 뷰티 부문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에르메스의 뷰티 부문 매출은 2021년 3억8500만 유로(626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엔 5억3500만 유로로 38% 늘어났다.

LVMH 그룹 전체로 봐도 뷰티 부문은 불경기에도 성장 중이다. 루이비통을 비롯해 디올, 셀린느 등을 거느린 LVMH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846억8300만유로로 1년 전보다 1.7% 줄었다. 패션·가죽제품(-2.6%), 시계·주얼리(-3%), 주류(-11.2%) 등의 매출이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반면 향수·코스메틱(1.8%)과 뷰티 편집숍 세포라가 포함된 특수 리테일(2.1%)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증가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