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 일시정지)이 3일(현지시간)로 사흘째를 맞았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상황이면 1주일 넘게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이 전 국민 의료보험인 오바마케어에 대한 세액공제 축소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셧다운 사태를 둘러싸고 합의점을 모색하기보다 민주당을 거세게 몰아치는 모습이다. 특히 공무원 해고 가능성을 두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셧다운을 정부 축소 기회로 활용하려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대부분 정치 사기에 불과한 여러 ‘민주당 기관’ 중 어떤 것을 삭감하고, 그 삭감이 일시적인지 영구적인지 판단하는 권고를 듣기 위해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회의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치권에서 연방공무원에 대한 영구적인 대규모 해고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방송 인터뷰 등에서 해고되는 공무원이 “수천 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물러나지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올해 말 종료되는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삭감에도 반대한다. 반면 공화당은 민주당 요구가 불법 체류자에게 의료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연방 상원은 이날 임시 예산안을 다시 표결에 부쳐 셧다운 종료를 모색할 예정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셧다운은 적어도 오는 6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내일(3일) 셧다운을 종료하기 위한 네 번째 표결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이마저도 실패한다면 주말에 생각할 시간을 갖고 월요일에 재표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셧다운이 길어지는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기회를 민주당이 지지하는 예산을 삭감할 기회로 보는 영향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민주당 우세 지역인 ‘블루스테이트’를 중심으로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셧다운 첫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 16개 주 내 프로젝트 300여 건에 자금 지원을 취소했다. 삭감된 약 80억달러 자금은 수만 개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뉴욕시와 관련해서도 허드슨강 철도 터널과 맨해튼 2번가 지하철 건설 등 두 건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180억달러 지원 동결을 결정했다.
셧다운에도 2일 뉴욕증시는 강세를 지속하며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과거 셧다운 경험을 토대로 연방정부 업무 중단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애덤 턴퀴스트 LPL파이낸셜 수석전략가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과거 사례를 보면 투자자들은 이슈를 대체로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투자자들이 궁극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기업 실적과 경제 전반의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