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도 공략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14억 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는 소비 잠재력을 갖춘 데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탈(脫)중국’의 핵심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 LG는 내수 시장을 강화한 인도를 중동, 아프리카의 수출 전초기지로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2일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 델리, 뭄바이, 첸나이 등에서 TV, 냉장고 등 대형 가전제품을 ‘주문 후 4시간 이내 설치’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광활한 면적에 복잡한 물류 환경을 갖춘 인도에서 삼성이 ‘속도’를 판매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250여 개 서비스센터와 4500명 이상의 엔지니어로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인도 소비자에게 ‘삼성=신속·신뢰’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면서 단순한 제품 경쟁을 넘어 서비스 경험으로 판을 바꾸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지난달 24일 뭄바이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현지 언론을 대상으로 ‘AI 홈’ 경험을 선보였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모든 가전이 연결되는 스마트홈 생태계를 강조하며 인도 중산층이 쓰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LG전자는 인도법인을 인도 증시에 상장하며 현지화 전략 강화에 나섰다. 최대 1조8000억원 자금을 조달하는 인도법인 상장은 인도에서 역대 최대 규모 가전회사로서 인도 기업공개(IPO)의 역사를 쓴다. LG전자는 조달한 자금을 인도에서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등에 쓰면서 인도 국민의 ‘애국심’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도 인도에서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을 강화하고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내 양대 가전회사인 삼성과 LG가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인도 내수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도 있지만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을 겨냥한 수출 전초기지로도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인도의 지리적 이점과 생산 경쟁력을 극대화해 내수와 수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라며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글로벌 시장 판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