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산하 575개 위원회를 개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민 대표성을 반영해 위원 구성을 다양화한다는 취지지만, 노조·시민단체를 위한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들이 정부 정책 수립에 관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노조·시민단체 자리 늘리려는 정부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행정기관위원회 대표성 강화 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노동자·소상공인·소비자·농어민·학부모 등 일반 국민을 대표하는 위원의 개념과 인정 기준을 정의하고, 이들의 위원회 참여 비율 목표치를 설정하기 위해서다. 대상 기관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기위원회 등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 설치운영법에 따른 575개 위원회다. 행안부는 이번 용역을 바탕으로 위원회의 일반 국민 또는 사회계층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정부위원회 구성 때 전문성과 함께 지역·세대·직능·사회적 약자 등 대표성을 확대한다’는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구용역과 별개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경제교육관리위원회, 세제발전심의위원회 등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위원회엔 노동계 위원을 신규 위촉하거나 추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위원회에 노동계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법제화도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경우 지난 4월 그동안 공석이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추천 위원 자리를 채웠다. 2023년 3월 당시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구성 변경안에 반대하면서 ‘마이크를 집어던졌다’는 이유로 해촉된 후 공석으로 남겨진 자리다. 여당이 추진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도 위원회 개편안이 담겼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민간위원 수가 늘어나고, 민간 위원장 자리가 새로 생긴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노조 출신 등 이해관계자가 위원회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공기관 개혁이 추진될 경우 노조 측 이해가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정책 뒤집어이 같은 움직임은 불필요한 위원회를 대폭 정비한 윤석열 정부 정책과 배치된다. 행안부에 따르면 2022년 636개이던 행정기관 위원회는 2023년 615개, 지난해 590개로 줄었다. 포항지진 피해구제심의위원회, 공제분쟁조정위원회, 직장어린이집 명단공표심의위원회 등이 폐지됐다. 또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와 저출산위,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등에선 양대 노총 소속 근로자 대표위원이 해촉됐다.
정부 안팎에선 노조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위원회에 대거 들어오면 전문성과 독립성이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기 영합 위주의 정책이 수립될 가능성도 커진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의사결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하지만 최종 의사결정은 전문성에 기반해 이뤄져야 한다”며 “행정부는 국회와 달리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이해관계자 등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정책 혼선이 커진다”고 말했다.
김익환/곽용희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