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생산 절반 달라는 美 제안에 "논의한 적 없어"

입력 2025-10-01 11:04
수정 2025-10-01 11:05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정리쥔 대만 부총리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반도체 생산을 50대50으로 나누는 제안에 대해 "합의한 적 없고, 이번에도 논의하지 않았다"며 "해당 조건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일 대만중앙통신(CNA)에 따르면 정 부총리는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리 협상팀은 약속한 적이 없으니 안심하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부총리의 발언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 방송 인터뷰에서 대만에 50대50 분할을 제한했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28일 뉴스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현 정부의 목표는 반도체 제조시설을 대폭 국내로 유치해 자체 칩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대만에 '우리가 절반, 당신들이 절반을 만들어 50대 50으로 나누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대만의 반도체 생산업체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첨단 공정의 시장점유율은 9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만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규모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 미국은 대만산 제품에 20%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65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들을 건설하고 있지만, 생산 대부분은 여전히 대만에서 이뤄지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대만에 '만약 당신들이 (반도체 생산의) 95%를 차지하고 있으면 어떻게 우리가 당신들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 칩을 비행기로 실어 보내겠나, 배로 실어 보내겠나' 하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를 반반씩 생산하는 구상 하에서는 "미국이 근본적으로는 대만에 의존하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NBC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쳐 갔다"며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지난달 대만 정부는 협상에서 "일정한 진전"을 이뤘다며 미국으로부터 더 우호적인 관세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부총리 역시 이날 공항에서 "상세한 논의가 이뤄졌고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