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응대·투자전략·마케팅…AI 경제 주도하는 금융사들

입력 2025-10-01 16:29
수정 2025-10-01 16:30

국내 금융회사가 인공지능(AI) 혁신의 최전선에 서고 있다. 은행의 고객 응대부터 증권사의 투자 전략, 보험사의 심사, 카드회사의 마케팅까지 AI를 다양한 분야에서 접목하는 모습이다. 한국 금융사들은 ‘AI 경제’의 실험장으로서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리스크 관리에 적극 활용은행들은 AI를 전사 전략으로 내세우며 상담, 영업, 리스크 관리 등 핵심 업무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단순한 시범 도입을 넘어 실제 성과를 창출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은행권은 공동 생성형 AI 포털과 모델 연계 플랫폼(MCP) 등을 구축해 대내외 시스템과 AI 에이전트를 빠르게 연결하고 있다. 영업 현장에서는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상담직군에 AI가 먼저 도입됐다. 실제로 도입 두 달 만에 절반이 넘는 직원이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현장 안착 속도가 빠르다. 상담 품질 측정과 성과 평가에도 AI를 접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스크 관리 영역에선 머신러닝 기반 조기경보 모델과 신용감리시스템을 활용해 우량·고위험 차주를 자동 분류하고 부실 위험을 사전에 예측한다. 외환·기업 거래에서도 이탈 가능성을 예측하는 모델이 가동돼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졌다.

대고객 서비스 역시 한층 고도화됐다. 설명 가능 인공지능(XAI)을 적용한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음성·채팅을 통한 자연어 기반 뱅킹 서비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보이스피싱 예방 체험 서비스 등이 잇달아 도입되고 있다.◇고객 관리 자동화에 적용
국내 보험사는 단순한 보장 판매를 넘어 보험 심사·보상·마케팅·고객 상담 전 과정에 AI를 접목하며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언더라이팅(보험 인수 심사)과 보험금 심사가 대표적이다. 머신러닝 기반의 위험평가 모델은 기존에 가입이 어려웠던 고령자나 질환 보유자에게도 적합한 상품을 제안할 수 있게 됐다. 딥러닝과 문자 인식(OCR) 기술은 보험금 청구 서류 판독을 자동화하며 심사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였다. 일부 손보사는 암 진단 및 수술급여 심사에 AI 의료심사 시스템을 도입해 수십 쪽에 달하는 의료 자료를 자동 분석하고, 보험사기 탐지까지 아우르며 업무 효율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설계·상담 분야에도 AI가 본격 도입됐다. 가입 설계 과정을 수분에서 1분 내로 단축하는 AI 설계 에이전트, 고객 보장 내용을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보장 분석 도우미 등이 현장에 배치돼 설계사들을 돕고 있다. 다국어 번역과 AI 챗봇은 외국인 고객 상담이나 고령층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소비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마케팅국내 카드사는 AI와 빅데이터를 앞세워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금융·비금융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생활형 플랫폼으로 확장하면서 고객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는 모습이다.

데이터 활용은 카드업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카드사들은 축적된 소비 데이터를 리포트·차트·지도 형태로 시각화해 지방자치단체 정책 수립 및 기업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맞춤형 데이터 솔루션은 기업과 공공부문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기반 상담·업무 혁신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생성 AI를 적용한 상담 지원 시스템은 고객 문의를 실시간 분석해 상담사에게 최적의 답변을 제시하고, 예상 질문까지 미리 제안한다. 상담 이후 후속 업무를 자동화해 대기 시간을 줄이고 상담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AI 콜센터와 챗봇은 고객 응대 범위를 넓히고, 사내 AI 플랫폼은 직원들이 업무 매뉴얼·마케팅·준법 심의를 즉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초개인화 투자와 리서치 혁신국내 증권사들은 AI를 전사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투자정보 제공, 자산관리, 플랫폼, 마케팅 등 전방위에 AI를 접목하며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투자 서비스와 리서치에서 AI 활용이 두드러진다. 방대한 뉴스와 기업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맞춤형 보고서를 제공하고, 투자심리를 수치화한 지표를 만들어 매매 시점 판단을 돕는다. AI가 제안한 포트폴리오를 펀드매니저가 조정하는 자산 운용 상품도 등장해 성과를 내고 있다.

PB와 리테일 자산관리에도 AI가 적극 쓰인다. 투자자의 소득·성향·목표를 바탕으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거나 글로벌 리포트를 실시간 요약해 제공하는 서비스가 확산됐다. 이를 기반으로 개인 고객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며, 초개인화 자산관리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혁신도 속도를 내고 있다. 머신러닝 기반 상담 챗봇은 투자자별로 상품을 추천하고 계좌 진단을 돕는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AI가 투자자의 탐색과 분석 과정을 지원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마케팅에서도 AI가 활발히 활용된다. 생성 AI 영상·음성을 활용한 광고와 캠페인, 뮤직비디오·숏폼 드라마 형식의 리서치 콘텐츠 제작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AI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성장의 필수 조건”이라며 “AI를 선도하는 금융사가 한국 경제 혁신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