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본청 4층 공용 공간. 의원실을 찾는 손님이 대기하거나 상임위원회 회의를 밖에서 시청하는 정부 관계자들이 앉는 책상과 의자에 사다리, 손수레 등이 올려져 있었다. 특히 사다리와 손수레는 치우지 못하도록 자물쇠까지 연결해 꽁꽁 잠궈 놓았다. 추석 연휴 이후인 오는 13일부터 시작하는 국정감사를 대비하기 위한 정부부처들의 자리 선점 경쟁 장면이었다. 국감을 앞두고 대기석을 확보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권의 책을 올리거나 A4용지를 인쇄해 부처 이름을 써놓는 것은 기본이고, 여행용 캐리어를 의자에 올려놓는 부처도 상당수였다. 이번에는 추석 연휴가 껴있는 탓인지 시작 2주 전부터 사다리와 손수레까지 등장했다.
국정감사가 열리는 3~6층 중 4층이 유독 심했다. 4층에는 국회 국방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이 모여있다.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법무부, 대법원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사다리와 손수레를 올려 놓은 부처는 소속이 어디인지 따로 기재하지 않았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과거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기관이 늘어나고 설명해야 할 사업이 많아지다보니 경쟁이 불 붙었다"며 "몇년 전까진 눈치보느라 전날 정도부터 움직였는데 이젠 2주 전부터 저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간 자리 경쟁에 되레 국회사무처가 피해를 보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국정감사 대기장소를 위해 저러는 건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너무 일찍부터 경쟁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위원회 직원들이 당장 정부 예산이나 법안을 놓고 협의할 장소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도 공용 대기 공간 자리 선점을 놓고 정부 부처 간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책 등으로 자리를 맡아 놓았는데 다른 정부 부처에서 캐리어를 올려 서로 자기 자리라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국회 경호기획관실에서 나섰고, 재발할 경우 국회 출입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단 경위를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