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기업들이 원유 가격 하락, 높은 관세, 그리고 업계 전반의 인수·합병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 수천 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BC는 30일(현지시간) 노동통계국(BLS) 최근 자료를 인용해 8월까지 업계 일자리가 4000개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 당시 석유·가스 산업의 호황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인력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감원의 배경에는 국제유가 하락이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올해 들어 13% 떨어지며 배럴당 63달러 아래로 거래됐다. 이는 신규 유정을 채굴해 수익을 내기 위한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미국 3대 석유기업인 엑슨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는 지난 2년간 대규모 인수를 마친 뒤, 올해 모두 감원을 단행했다. 엑슨모빌은 2000명 감원을 발표했다. 셰브론은 올해 2월 2026년까지 최대 20% 인력 감축 방침을 밝혔다. 코노코필립스는 이달 초 최대 25% 감원을 예고했다. 전체 에너지 부문에서는 8월까지 9000개 일자리가 줄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원 규모가 30% 늘었다. 한편 올해 신규 채용은 사실상 멈췄다. 에너지 기업들의 신규 채용 계획은 약 1000명으로, 2024년 같은 기간 1만2000명 대비 90% 급감했다.
셰일오일 기업 경영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 인하 압박과 철강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결국 대규모 일자리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경영자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분기 설문에서 익명으로 “정부가 배럴당 40달러 원유 가격을 추진하는 동시에 외국산 강관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 투입 비용이 치솟고 있다”며 “이러면 신규 시추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석유산업은 또다시 소중한 인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영자는 “행정부가 사실상 OPEC+의 정책에 동조해 미국 내 생산자들을 경제적 한계선 아래로 몰아넣고 있다”며, “국내 생산을 지원하기보다 OPEC의 공급 전략에 맞춰 미국 셰일업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경영자는 또한 “엑손·셰브론·코노코 같은 대기업들이 셰일 혁명을 이끌던 중소 독립기업가들을 밀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엑손은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시스를 600억 달러에 인수했다. 셰브론은 헤스(Hess)를 530억 달러에 매입했고, 코노코는 마라톤 오일을 170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는 “결국 소수의 거대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게 됐지만, 이는 대규모 일자리 손실과 혁신적·모험적 기업가 정신의 붕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산업을 옥죄던 규제를 철폐해왔다”며, 그의 정책 덕분에 6월 사상 최대 원유 생산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또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는 “행정부가 규제를 줄여 시추 비용을 낮추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을 옹호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