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유포했더라도 당시 수사나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지 않았다면 성폭력처벌법상 비밀준수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비밀준수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피해자와 교제하면서 촬영한 피해자의 나체 사진과 성행위 동영상을 텔레그램 등 메신저로 B씨에게 제공하고, 피해자의 이름과 나이, 직업 등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A씨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의 사진 위에 자신의 성기를 올려놓고 사진을 찍어 A씨에게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가 성폭력처벌법 위반 중 ‘카메라등 이용촬영물 제공’과 ‘허위영상물 편집·반포’(영상물 등 편집 포함)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징역 6년과 5년간 취업 제한 명령을 선고했다. 2심은 공범과의 공모 및 반포 목적을 인정해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다만 피해자 인적사항 공개 관련 일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피해자 인적 사항 공개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판결을 유지했다. 비밀준수 조항을 규정한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의 문언상 해당 조항의 보호 대상은 '성폭력 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됐던 피해자'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은 '누구든지 1항에 따른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