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SK그룹의 알짜 자회사 SK실트론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10월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는 최근 두산과 SK실트론의 매각을 협상 중이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얽힌 19.6%를 합친 70.6%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 29.4%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웨이퍼 전문 제조기업인 SK실트론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세계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 초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리밸런싱)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다.
초반에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사모펀드(PE) 운용사가 인수 경쟁을 벌여오다가 지난 4월 두산이 인수 후보 대상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당시 두산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SK실트론의 몸값을 두고 매각 측과 인수 측의 눈높이가 엇갈리며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SK그룹은 최소 3조원 이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에 뛰어든 것은 신수종사업으로 키워온 반도체 장비·소재 사업을 그룹 핵심 먹거리로 빠르게 정착시키겠다는 목표에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두산은 2022년 국내 1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 테스나를 46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반도체 전·후방 연계 사업 관련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SK실트론 인수전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상수 수석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수석은 한국투자증권 반도체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주)두산의 CSO신사업전략팀에 입사해 두산그룹의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은 지주사 (주)두산 내 전자BG사업부와 반도체 후공정 데스트 기업인 자회사 두산테스나를 핵심 축으로 반도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5조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이 중 차입금 약 3조원을 뺄 경우 약 1조5000억원 수준에 지분 70.6%에 대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두산은 자금 조달 작업도 완료한 상태다. 올해 2분기까지 자회사 두산로보틱스 주식(5500억원)과 두산에너빌리티 주식(3600억원)을 담보로 한 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통해 총 1조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최근 (주)두산이 지주사 지위를 포기하면서 부채비율, 자회사 지분율, 금융사·비계열사 지분 보유 등 공정거래법상 적용되던 각종 규제에서도 벗어나 인수합병과 과감한 투자도 가능해졌다.
한편 SK실트론은 2017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매출은 2017년 9331억원에서 지난해 2조1268억원으로 성장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