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가 인공지능(AI)을 제조 현장에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AI 팩토리 사업을 오는 2030년까지 500개로 늘리기로 했다. K제조업의 위상을 AI로 높이고, 관세 파고를 넘는 게 목표다. 당장 올해 6개 제조 현장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해 실증에 나서고, 내년부터는 완전 자율형 AI 팩토리 건설에 필요한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산업부는 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AI 팩토리 제조 AI 전환(M. AX) 얼라이언스 전략회의'를 열어 주요 참여 기업들과 선도 사업 현황과 추진 전략 등을 점검했다. AI 팩토리 얼라이언스는 김정관 산업장관이 강조하는 M. AX(제조업의 얼라이언스 전환) 10대 분과 중 하나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10일 국내 1000개 기업·대학·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초대형 협의체인 'M. AX 얼라이언스'를 발족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AI 팩토리 얼라이언스는 제조 공정에 AI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휴머노이드 도입, 제조 특화 AI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AI로 제조 전 공정을 운용하는 '완전 자율형 AI 팩토리(다크팩토리)' 개발에 도전할 계획이다.
얼라이언스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LG엔솔, 삼성SDI, SK에너지, 삼성중공업, 한화시스템, LS전선, HD현대중공업, 농심 등 업종 대표기업들이 참여해 선도 사업을 벌인다. AI 팩토리 선도사업은 제조공정에 AI를 접목해 제조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제조비용과 탄소배출 등을 감축하는 프로젝트다.
산업부는 이번에 삼성전자 등의 신규 참여로 AI 팩토리 선도 사업이 102개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 500개 이상의 선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각 기업별로 AI 팩토리을 통해 제조공정을 혁신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AI를 통해 HBM(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의 품질을 개선한다. HBM 분야는 2028년까지 연평균 100% 이상 급성장이 기대된다. 현재 사람이 수행하는 HBM 불량 식별 공정에 AI를 도입할 계획이다. AI가 발열검사 영상, CT 이미지 등을 분석해 품질검사의 정확도를 99% 이상으로 높이고, 영상·이미지 등의 비파괴 검사를 통해 검사시간도 25% 이상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 MRO용(유지보수·수리·정비) 로봇 개발을 추진한다. 선박 선체의 10% 면적에 따개비·해조류 등의 오염물질이 부착되면 연료소비가 최대 40%까지 늘어난다. HD현대는 숙련공에 의존하던 해양생물 제거와 재도장 작업을 AI에 맡기는 작업을 실증해 MRO효율을 80% 이상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싱가포르 공장 등에서 적용되는 셀방식 생산에 핵심이 되는 'AI 다기능 로봇팔'을 개발한다. 자동차산업은 소품종 대량생산의 컨베이어벨트 방식에서, 제품별로 공정을 다르게 적용해 유연생산이 가능한 체계로 점차 바뀌고 있다. 힌지·도어 조립, 용접품질 검사 등 다양한 공정을 자율적으로 수행가능한 AI 로봇팔을 도입하면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심은 라면 제조설비에 AI 기반 자율정비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원료공급, 제면, 포장 등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컨베이어형 라면 공장은 한 부분이 예기치 못하게 고장나면 생산라인 전체가 멈춘다. 이에 각 공정별로 다양한 이상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는 자율정비 시스템을 도입, 생산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K데이터로, 제조 AI 모델 만든다이날 AI 팩토리 얼라이언스는 업종별 제조 AI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고도 밝혔다. AI 얼라이언스에는 세 명의 공동 위원장(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 고영명 포항공대 교수, 최재식 인이지 대표)을 중심으로 23명의 전문가가 함께하고 있다. 23명에는 제조 AI에 특화된 전문가뿐만 아니라 초거대 AI 모델 등 일반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뉴욕대 조경현 교수, 멜버른대 한소연 교수 등)도 포함됐다.
고영명 교수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제조업에 적용 가능한 범용 AI 모델은 없는 상황으로, 제조 강국인 우리만의 강점인 고품질 제조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세계 최고의 제조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조 AI 모델은 AI 팩토리 선도사업에서 발생한 제조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된다. 개발과정인 모델은 선도사업에 참여 중인 기업들에게 수시 제공해 제조 현장의 실증·점검을 거칠 계획이다. 제조 현장에서는 범용 제조 AI 모델을 통해 개발비용 50%, 개발시간 40%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는 AI 팩토리 사업을 확대·개편해 내년부터는 완전 자율형 AI 공장인 AI 팩토리의 건설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실증사업에도 돌입하기로 했다. 제조공정뿐 아니라 공장설계, 시생산, 공급망 관리, 물류 등 제조 단계를 아우르는 AI 모델을 개발·확산할 계획이다.휴머노이드, 금년부터 제조 현장 실증에 본격 투입 회의에서는 제조 현장 휴머노이드 투입을 위한 실증 계획도 공개됐다. 올해 안에 디스플레이·조선·물류 등 6개 현장에 휴머노이드가 투입하기로 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은 삼성디스플레이와 대한통운의 현장에 투입된다. 디스플레이 공장에서는 부품 등을 교체하고, 유통·물류 현장에서는 분류·검수·포장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에이로봇의 휴머노이드는 HD현대미포,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 현장에서 용접 작업 등을 수행한다. 유망 로봇 기업인 홀리데이 로보틱스와 로브로스도 각각 LG전자와 SK에너지의 공장에 자사의 휴머노이드를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산업부는 2027년까지 100개 이상 휴머노이드 실증사업을 통해 제조현장의 핵심 데이터를 모아 AI와 로봇을 학습시키고, 확보된 데이터·기술을 융합해 2028년부터는 본격적 휴머노이드 양산에도 나서기로 했다.
김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AI 시대는 속도와의 전쟁이고, 우리 제조업이 가진 역량과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빠르게 세계 1위를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며 “K 제조 AI가 세계 1위로 거듭나도록 정책과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