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국가핵심기술인 D램 제조 공정을 빼돌려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이직한 전직 임원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유출한 기술은 중국이 자국 최초로 '18나노 D램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던 바로 그 기술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윤용)는 1일 삼성전자 임원 출신 양모 씨 등 3명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양 씨 등은 삼성전자에서 퇴직 후 중국 D램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합류, 삼성의 18나노 D램 공정 기술을 불법 활용해 개발을 진행했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가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나노대 D램 공정으로, 수백 단계에 달하는 제조 절차와 공정 정보가 담긴 국가핵심기술이다.
앞서 삼성전자 부장 출신 김모 씨와 연구원 출신 전모 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돼, 김 씨는 기술 유출 사건 중 최고 형량인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수사 결과 CXMT는 설립 직후 삼성 출신들을 대거 영입해 이른바 1기 개발팀을 꾸렸다. 이 과정에서 삼성 퇴직자 박모 씨가 공정 정보를 노트에 직접 베껴 넘긴 사실도 드러났다. 박 씨는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 중이다.
이후 양 씨 등이 포함된 2기 개발팀은 1기에서 확보한 유출 자료를 토대로 삼성전자 실제 제품을 분해·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조 테스트를 거쳐 중국 내 D램 개발을 완성했다.
2023년 CXMT가 발표한 '중국 최초 18나노 D램 양산' 성공은 사실상 삼성전자의 기술 덕분이었다. 당시 업계는 한국·미국·대만에 이어 중국이 4번째로 18나노 D램 기술을 확보한 것이라며 "한중 기술 격차가 좁혀졌다"고 평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규모 기술 유출 사건이었던 셈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CXMT는 전직 임원들에게 삼성 연봉의 3~5배(약 15억~30억원)를 지급하며 기술 확보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이 입은 피해 규모는 심각하다. 검찰은 2024년 매출 감소액만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으며, 향후 피해액은 최소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기업과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기술 유출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며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