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도시 상권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임대인은 공실을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그나마 들어온 임차인은 수익을 내지 못해 폐업을 고민합니다. 한때 기대를 모았던 신도시 상가 곳곳이 이같은 '유령상가'로 전락하면서 지역경제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한경닷컴은 3부작 기획을 통해 신도시 상가 공실의 실태를 진단하고,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수도권 신도시에 불 꺼진 상가가 늘어가고 있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도시계획으로 인해 상가 공실이 양산되고 있는 탓이다. 정부도 뒤늦게 제도 개선 검토에 나섰다.
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인천 영종신도시의 2분기 집합상가 공실률은 29.5%에 달한다. 주요 상권에서도 상점의 3분의 1은 불이 꺼졌다는 의미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인 금릉역 일대는 23.1%, 남양주 다산신도시도 16.2%를 기록했다. 의정부 민락신도시와 김포 한강신도시 등도 10% 안팎의 공실률을 보인다. 인천과 경기도의 평균 집합상가 공실률이 각각 9.3%, 5.5%인 것과 비교하면 신도시 공실률이 2배 이상 높다.
업계에는 "신도시는 상가가 망해 두어 차례 손바뀜이 있고 난 뒤에나 상권이 안정된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조성된 지 30년이 넘어선 1기 신도시에서도 상가 공실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2003년 문을 열고 일산의 대표 상점가로 거듭났던 라페스타는 속출하는 공실 탓에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지난달 00일, 일산동구 라페스타는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 조용한 가운데 빛바랜 페인트만이 화려했던 과거를 보여주고 있었다. 메인거리 곳곳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고,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상가동 내부는 공포 게임을 하는 것처럼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간혹 발소리가 들리면 긴장감이 흐를 정도로 고요했고, 점포들도 공실로 비어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불이 꺼진 채 방치된 경우가 상당수였다.
라페스타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임대료는 600만원에 육박했고, 높은 임대료에도 들어오려는 이들이 많았던 탓에 권리금도 1억원을 훌쩍 넘겼다. 쇼핑과 오락, 먹을거리까지 없는 게 없다 보니 방문객도 줄을 잇는 일산의 자타공인 '핫플레이스'였다.
장항동의 A 공인중개 관계자는 "과거의 영광일 뿐"이라며 "지금은 권리금이 사라지고 월세도 당시의 3분의 1 아래로 내려왔지만, 그래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놀리는 상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년째 비어있는 채로 방치되는 곳도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한국부동산원은 올해 2분기 라페스타 공실률을 10%로 집계했다.
신도시가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전락한 배경에는 낡은 도시계획이 있다. 신도시를 조성할 때는 도시계획에 따라 주거용지와 상업용지를 지정해 용도를 제한한다. 이 과정에서 수용인구와 인구밀도, 가구당 소비액 등을 추산해 상업용지 비율을 정하는데 1기 신도시는 4.5%, 2기 신도시는 1.9%가 상업용지로 지정됐다. 해당 규모만큼은 의무적으로 상가가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얼핏 작은 규모로 보일 수 있지만, 여기에는 빠진 수치가 있다. 아파트 단지나 업무시설, 주상복합 건물에 들어가는 상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등 상업용지 외에 들어간 상가까지 포함하면 신도시 상가 비율은 사실상 10%를 넘어간다"며 "신도시 상가가 공급 과잉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더해 용도 제한으로 인해 입주 가능한 업종이 제한되고 비교적 최근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소비 패턴마저 변하면서 신도시 상가에는 공실 먹구름이 더욱 드리우는 양상이다. 현재 3기 신도시는 상업용지 비율이 0.8%로 1기와 2기 신도시에 비해 적게 책정됐지만, 1인당 상업시설 면적인 ‘원단위’ 면적의 경우 3기 신도시가 1인당 8.6㎡로 2기 신도시(1인당 7.9㎡)보다 높다.
이 때문에 현행 용도지역 관리 체계를 보다 유연하게 조정하지 않으면 공실 문제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신도시에서 기존 법령대로 상가를 짓도록 강제하면 공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이 확대하는 등 시장이 재편됐지만, 규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도 "직주근접을 위한다며 도시계획에 상업·산업·업무 용지를 대거 포함하고 있지만, 이러한 용지는 수요가 적어 2기 신도시에서도 미매각으로 남은 경우가 상당수"라며 "그나마 건물이 들어선 곳도 상업용지에 초고층 주상복합이나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가는 등 당초 의도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 중심부에 상업 기능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비판했다.
상업용지 과잉 우려가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도 상업용지의 주거 전환 검토에 나섰다.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은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에 공급 예정인 상가 규모의 적정성을 살펴보고자 신도시 상업용지의 공급 및 관리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공공주택지구 상업용지 계획이 적정한지 살펴보고 3기 신도시 상가 공급을 조절한다는 구상이다. 연구용역 결과는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공개될 전망이다.
이미 지어진 상가도 공실이 장기화할 경우 주거시설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물의 용도를 쓸모 있는 용도로 전환하도록 지원할 수 있도록 내년 2월 중으로 법안을 개정할 계획"이라며 "리모델링을 통해 상당히 빠르게 (주거용)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