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섬과 바다가 빚어낸 낭만 속으로

입력 2025-10-29 08:00
수정 2025-10-29 08:45
하늘과 바다가 끝없이 맞닿은 금오도 비렁길, 절벽 끝에서 맞이하는 향일암의 여명, 차가운 계절마저 붉게 물들이는 오동도의 동백까지. 섬이 들려주는 보석 같은 이야기를 따라 낭만과 힐링의 여정을 시작한다.

금오도부터 오동도까지, 섬섬여수돌산읍 신기항에서 배로 20여 분, 황금빛 절벽 위로 자라가 웅크린 모양새가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큰 섬이자 여수에서 돌산도 다음가는 섬으로 꼽히는 금오도다.

조선시대 금오도는 황장봉산(黃腸封山)이었다. 궁궐을 짓거나 판옥선 제작에 필요한 소나무를 기르던 국가 보호림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금지됐다. 금오도에 발길이 허용된 건 1885년에 이르러서였다. 사람이 거주한 역사가 짧아 지금도 청정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다.



금오도의 백미는 해안 절경을 따라 난 비렁길이다. '비렁'은 절벽의 순우리말인 '벼랑'을 뜻하는 여수 사투리다. 총 18.5km에 이르는 코스는 완주에 8시간 30분가량 걸릴 만큼 만만치 않다. 하지만 중간중간 마을과 연결되는 길이 있어 힘에 부치면 언제든 쉬어갈 수 있고, 1~5코스 가운데 마음에 드는 구간만 선택해 걸어도 무방하다.



어느 코스든 남해안에서 보기 드문 해안단구와 울창한 숲, 푸른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금오도는 2026년 개최되는 여수세계섬박람회의 부 행사장으로 선정돼 그 빼어난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금오도보다 접근성이 좋은 섬으로 오동도가 있다. 768m 길이의 방파제를 따라 도보로 건널 수 있고, 동백열차를 타고 오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이곳의 상징은 동백. 매년 겨울부터 봄이면 섬 전체가 붉게 물들어 '동백섬' '바다의 꽃섬'으로 불린다.

* 금오도 비렁길
종주 코스: 함구미 - 두포 - 직포 - 학동 - 심포 - 장지 (18.5km, 8시간 30분 소요)
1코스: 함구미 - 미역널방 - 송광사절터 - 신선대 - 두포 (5km, 2시간 소요)
2코스: 두포 - 굴등전망대 - 촛대바위 - 직포 (3.5km, 1시간 30분 소요)
3코스: 직포 - 갈바람통전망대 - 매봉전망대 - 학동 (3.5km, 2시간 소요)
4코스: 학동 - 사다리통전망대 - 출렁다리 - 심포 (3.2km, 1시간 30분 소요)
5코스: 심포 - 막개전망대 - 장지 (3.3km, 1시간 30분 소요) 여수 밤바다로 낭만 여행여수의 밤은 낮과는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은은한 빛이 바다 위에 길을 놓고, 조명을 머금은 다리와 건물이 반짝이며 은하수를 만든다. 여행자라면 누구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랫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 장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 여수해상케이블카다. 아시아에서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로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해상케이블카로, 푸른 하늘부터 노을빛 바다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여수의 풍경이 펼쳐진다.

크리스털 캐빈은 바닥이 투명한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 탁 트인 발 밑으로 짜릿한 스릴감을 만끽할 수 있다. 완전한 어둠이 내리면 거북선대교와 여수 도심의 야경이 어우러져 낭만을 더한다



로맨틱한 밤을 완성하고 싶다면 여수 야간 크루즈에 올라보자. 돌산대교 밑 승선장에서 출발해 거북선대교, 해상케이블카, 여수 밤바다를 따라 천천히 항해하는 코스다. 바람을 타고 흐르는 음악, 검푸른 밤바다를 수놓는 조명, 그리고 선상에서 펼쳐지는 불꽃 쇼까지. 여수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밤의 향연이 기다린다. 취향껏 만끽하는 하루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여수예술랜드만 한 곳이 없다. 대관람차부터 미디어아트, 트릭아트, 스카이워크, 카트 체험까지 다양한 시설이 어우러져 온 가족 여행지로 사랑받는다.



SNS에서 특히 주목받는 포토 스폿은 조각공원에 위치한 '마이다스의 손'. 바다를 향해 시원하게 뻗은 손바닥 조형물 위에 오르면 마치 걸리버 여행기 속 소인국에 표류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예술과 모험을 만끽했다면 이제는 들뜬 마음을 차분히 다독일 차례다. 돌산읍 절벽 끝에 자리한 향일암은 우리나라 4대 관음 기도처 중 하나로, 백제 의자왕 4년(664)에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해를 바라본다'는 뜻의 이름처럼 아름다운 일출로 널리 알려져, 매년 연말연시면 향일암 일출제를 즐기려는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진다.



사찰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로 유명하다. 계단을 이용하면 약 10분, 언덕길을 택하면 조금 더 돌아가지만 한결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사찰에는 7개의 바위틈이 있는데, 이를 모두 통과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신비로운 전설이 전해진다.

바다와 하늘을 하나로 물들이는 일출과 사찰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이 빚어낸 예술 작품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순간이다. More about 여수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세계 최초의 섬을 주제로 한 국제 박람회가 여수에서 열린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는 2026년 9월 5일부터 2개월간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섬과 바다의 가치를 알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조명하는 국제행사다. 주제관, 섬해양생태관, 섬문화관, 섬미래관, 섬공동관, 섬마켓관, 섬놀이터, 세계 섬식당 등 8개 전시관으로 구성되며, 다양한 체험활동과 특별공연이 어우러져 풍성한 즐길 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2026.9.5(토)~11.4(수)
주 행사장: 여수 돌산 진모지구
부 행사장: 개도, 금오도, 여수세계박람회장



게장백반
청정 남도 바다를 품은 여수의 수많은 별미 중 꼭 맛봐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게장백반이다. 여수 10미 중 하나로 꼽히는 게장백반은 달지도 짜지도 않으면서 깊은 감칠맛을 낸다. 야들야들한 속살을 발라낸 뒤 게딱지 깊숙한 곳에 있는 내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 바다의 풍미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여수 어디서나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서대회무침
서대는 여수를 중심으로 남해안 중서부 지방에서 주로 나는 생선이다. 여수의 서대회무침이 특별한 맛을 내는 비결은 바로 식초다. 조상의 손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1년 이상 발효한 막걸리로 만든 천연식초로 무쳐 비린내가 적고 새콤하다. 서대회에 신선한 채소, 따뜻한 밥을 넣고 비빈 서대회 비빔밥도 별미니 여수에 왔다면 꼭 맛보길 추천한다.

박소윤 한경매거진 기자 park.so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