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01일 10: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국내 기업들이 전례 없는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K-뷰티와 K-푸드 산업은 한류를 기반으로 아마존, 코스트코, 월마트 등 글로벌 주요 유통채널에 진출해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틈새시장에 머물렀던 한국의 화장품과 식품이 이제는 현지 인기 브랜드와 경쟁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라는 애니메이션의 인기로 작품에 등장한 라면과 김밥 같은 K-푸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고, 수많은 K-뷰티 인디 브랜드들이 아마존에서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동시에 해외 진출과 급속한 매출 성장으로 기업은 새로운 회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복잡한 글로벌 유통구조에서의 수익인식, 다양한 플랫폼 수수료의 회계 처리, 환율 변동 리스크 관리, 각국의 상이한 규제 환경 대응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해당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글로벌 기업공개(IPO)도 자금 조달 측면에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K-뷰티와 K-푸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려해야 할 주요 회계 이슈 및 글로벌 IPO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 K-푸드의 글로벌 진출과 주요 회계 과제K-푸드는 한류 콘텐츠와 간편식 트렌드가 결합하며 라면, 가공식품, 가정간편식(HMR)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파리크라상, 뚜레쥬르 등 베이커리 브랜드의 북미 진출이 K-푸드의 성공적인 현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는 만두부터 김까지 한식 간편식으로 자리매김하며 코스트코, 월마트 등 미국 주요 유통 채널에 안착했다. 또한 2019년 인수한 슈완스와의 시너지로 현재 미국 내 생산 능력을 확대 중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열풍에 힘입어 북미·동남아·중동까지 진출하며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한 생산라인 증설과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농심은 케데헌 애니메이션 속 라면, 스낵의 노출을 계기로 글로벌 관심을 추가로 끌어올리며 협업 제품 출시 등으로 글로벌 제품 판매를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은 기업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회계처리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도 함께 생길 수 있다.
첫째, 수익의 기간 인식 시점에 대한 문제다. 수출 확대로 기업들은 해외 유통상이나 대리점과 같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뿐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들과도 거래하고 있다. 자사 제품을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시켜 최종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D2C(Direct to Customer)를 통해 유통 단계를 최소화하면서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온라인 플랫폼마다 계약 조건이 상이하고 기업에 제공되는 정보가 다양해 수익의 인식시점이 과거와 상이하게 적용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둘째, 마일리지나 포인트 등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에 대한 회계처리 문제다.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초기 인지도 확보를 위해서는 대규모 판촉행사가 많이 이뤄진다. 고객에게 향후 재화나 용역을 할인 또는 무상으로 획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경우, 고객에서 처음 물건을 판매할 때 본 상품·서비스와 마일리지·포인트의 가치를 별도로 계산해서 수익을 인식해야 한다. 이때 마일리지나 포인트에 해당되는 가치는 부채로 인식한 후, 고객이 실제로 해당 마일리지나 포인트를 사용해 재화나 용역을 제공받는 시점에 수익으로 인식해야 한다.
셋째, 환위험 관리 문제다. 해외 매출 확대에 따라 수취하거나 지급할 외국통화에 대해 체계적인 외환 회계정책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환위험 헤지를 실시할 경우 회사의 회계정책에 따라 위험회피 지정과 효과성 평가 등에 대한 철저한 문서화와 적절한 공시가 요구된다.
넷째, 설비투자(CAPEX)에 따른 회계처리다. 식품 공장의 신규 투자나 라인 증설 시 대규모 투자비가 발생하는데, 이때 유형자산의 성격별로 취득원가에 포함할 항목(인건비, 차입원가 이자, 철거비 등)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한 정부로부터 설비투자와 관련된 보조금을 지급받는 경우 이를 일시에 이익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산차감 방식 또는 이연수익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일관된 회계정책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K-뷰티의 글로벌 성장과 복합적 회계 과제K-뷰티는 지난 수년간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한국의 핵심 수출 동력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으로는 브랜드 기업, ODM/OEM 전문기업, 원재료 공급업체, 글로벌 유통 플랫폼이 상호 연계된 완성도 높은 산업 생태계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과 동남아뿐만 아니라 북미 지역에서도 K-뷰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직접 판매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헬스앤뷰티(H&B) 채널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 제품군의 시장 확대도 주목할 만한 변화로 꼽힌다.
이렇게 K-뷰티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기존의 단순한 수출 거래와는 차원이 다른 복합적인 회계 및 세무 이슈들이 대두되고 있다. 첫째, 총액매출과 순액매출 사이의 판단 문제다. 통제이전, 반품권리, 손실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이 해당 거래에서 본인으로 판단될 때는 판매대금 총액으로 수익을 인식할 수 있으나, 대리인으로 판단될 때는 순액으로 유통마진만을 수익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플랫폼 수수료와 마케팅비 처리 문제다. 아마존 등 이커머스 플랫폼 이용 시 판매수수료, 주문처리수수료, 결제대금수취수수료 등 다양한 수수료가 발생한다. 이런 비용을 매출차감으로 처리할지 판관비로 분류할지에 대한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환위험 관리의 특수성이다. 판매 완료 시 판매대금은 플랫폼 내 판매자 계정에 즉시 적립되지만, 이를 회사 계좌로 이체하기까지 통상 14일 이상 소요된다. 따라서 안정적인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환헤지가 필수적이다.
넷째, 복잡한 세무 이슈다. 국가별(일부는 주별) 세율 및 관세율이 상이하기 때문에 거래규모가 확대되기 전에 이전가격 정책, 관세 정책, 원재료·완제품 로열티, 원천세·판매세 대응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 글로벌 IPO 추진 시 기업 고려사항최근 K-콘텐츠 기업연합인 케이웨이브미디어의 나스닥 상장 등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의 문이 넓어지면서, K-뷰티·푸드 기업에도 글로벌 기업공개(IPO)가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상장 구조 선택부터 회계·거버넌스·공시 체계까지 사전 준비가 성패를 가르기 때문에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상장 시장 및 구조 선택이 중요하다. 글로벌 IPO를 검토하는 기업은 먼저 각 국가별 증권시장의 장단점을 분석해 기업에 가장 유리한 시장을 선정해야 한다. 개별 기업의 규모와 수익성, 밸류에이션에 따라 직상장과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SPAC) 중 무엇이 적합한지 판단하고, 기업 규모가 작다면 시너지가 분명한 여러 회사를 묶는 컨소시엄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재무보고 및 회계 기준 정비가 필수다. 미국 상장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기업은 회계기준으로 미국회계기준(US GAAP) 뿐만 아니라 국제회계기준(IFRS)을 사용할 수 있으나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기준 감사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과의 정책 차이(개발비, 금융상품, 리스, 충당부채 등)를 분석해 과거 2~3개년 재무제표에 대한 철저한 회계감사를 준비해야 한다.
셋째,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는 상장 성공의 기준선이다. 내부통제의 매니지먼트 체계인 SOX 404(리스크·통제 매트릭스, ITGC, 재무결산 표준화, 테스트)를 사전에 구축하고, 독립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내부고발·윤리규정, 특수관계자 거래 통제를 정비해야 한다.
결국 글로벌 흥행과 투자 수요가 기업의 상장 가능성을 높여주더라도 실제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회계·내부통제·공시·거버넌스의 기초 체력이 필수다. 특히 K-뷰티·푸드 기업은 변동대가, 플랫폼 수수료, 반품·유통기한, 환헤지 등 회계 일관성과 공시 정밀도가 투자자 신뢰와 직결된다. 따라서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기업의 회계 인프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후 상장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탄탄한 회계 인프라 구축이 핵심쿠팡·네이버 등 온라인 채널의 성장, 기존 유통업계의 구조적 변화, 그리고 K-푸드·K-뷰티의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한국 소비재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 기업은 단순한 매출 증감이나 시장점유율 변화를 넘어선, 근본적인 사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해야 할 시기다.
회계는 더 이상 숫자를 맞추는 기능을 넘어 경영진의 전략적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이해관계자와 소통할 수 있는 핵심 언어로 진화해야 한다. 이커머스 생태계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용·환불·법적 리스크, 오프라인 채널 구조조정에 따른 자산손상·리스 리스크, 글로벌 사업 확장의 변동대가·환율 리스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투명하게 공시하는 능력이 곧 기업의 시장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기업의 회계 담당자는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회계 원칙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거래 유형과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회계 처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결국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화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우수한 제품력과 마케팅 역량뿐만 아니라,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국내 소비재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하려면 탄탄한 회계 인프라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