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고가 인수' 배임 혐의…카카오엔터 전 대표 1심 무죄

입력 2025-09-30 17:42
수정 2025-10-01 00:24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을 받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인수를 위한 ‘적정 시장가’는 시장 상황과 거래자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봤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와 이준호 전 투자전략부문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 전 부문장의 횡령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0년 이 전 부문장이 소유한 바람픽쳐스를 카카오엔터가 고가에 인수하도록 공모해 회사에 31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부문장이 회사 매각을 대가로 319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고 김 전 대표는 이 전 부문장으로부터 12억5646만원을 받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카카오엔터가 바람픽쳐스를 인수한 가격의 ‘적정 가치’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이를 다소 상회하더라도 바로 배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카카오엔터의 사업 전략상 드라마 제작을 신속히 할 필요가 있었고, 바람픽쳐스 인수의 필요성과 의지가 매우 컸던 점을 참작하면 객관적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했더라도 배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바람픽쳐스는 2017년 2월 설립돼 인수 당시인 2020년까지 3년간 매출이 없었지만 김은희 작가가 소속돼 회사 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 있었다는 취지다. 김 작가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세계 드라마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킹덤’의 극본을 쓴 스타 작가다.

검찰은 바람픽쳐스의 가치를 258억원으로 재산정한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자료가 2024년 2월께 검사 요청으로 한 회계사가 개인적 협조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객관적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공소사실이 배임 수재·증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됨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