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송전망 4년 앞당긴다…용인 반도체 단지에 '태양광 전력' 공급

입력 2025-09-30 17:29
수정 2025-10-01 01:27
호남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반도체 단지로 끌어올리는 송전선로 건설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 해남과 장성을 잇는 345킬로볼트(㎸) 송전선로가 전력망확충특별법의 첫 적용 사업으로 선정되면서다.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전력난 해소를 위한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호남 재생에너지와 동해안 원전 등 무탄소 전기를 초고압 송전망으로 전국에 빠르게 공급하는 전력망 확충 프로젝트로, 이재명 정부의 대표 국정과제다.

◇청정 전력 수급난 푼다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9월 26일 시행된 전력망특별법의 첫 적용 대상으로 신해남~신장성 노선이 선정됐다. 이 구간은 해남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태양광·풍력 전력을 수도권으로 이송하는 첫 관문이다. 정부는 1일 국무총리 주재 첫 전력망위원회를 열고 이를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망특별법은 국가 기간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보상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특별법까지 마련한 배경에는 첨단 기업들의 ‘청정 전력 수급난’이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 ASML 등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사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요구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해남~신장성 구간을 비롯한 호남권 송전선로는 수도권 첨단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특히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에는 SK하이닉스가 2027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1호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대규모 팹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 클러스터의 연간 전력 소요량이 약 87.6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63.2TWh)을 웃도는 규모다. 용인 단지 한 곳만으로도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모두 소비하고도 부족한 규모라는 의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수도권은 자체 발전 여력이 제한적이고, 호남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하지만 송전망 부족으로 전력을 제때 올려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신해남~신장성 선로는 삼성, SK하이닉스의 RE100 이행과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라고 말했다. ◇총리실의 ‘원스톱 조정’신해남~신장성 선로는 영암 등 다수 지방자치단체를 경유하는 96㎞ 길이 구간으로, 주민 반발로 진행이 더딘 상태다. 역내에서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지역만 희생한다”는 불만이 계속되자 정부는 특별법 적용을 통해 난관을 풀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이 직접 나서 인허가를 일괄 처리하고, 조기 합의 시 보상금을 최대 75%까지 상향하는 원스톱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용인 클러스터 전력 공급을 위해 신해남~신장성 노선이 포함된 3조7000억원 규모 송전망 구축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면제했다. 당시 계획은 산업단지 내 3기가와트(GW)급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전력을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7GW는 송전망 신속 확충을 통해 호남권 재생에너지와 동해안 원전 등 무탄소 전력으로 충당하는 것이었다.

신해남~신장성 노선이 특별법 적용까지 받으면 착공 시기를 최대 4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력망위원회는 1일 첫 회의에서 해당 노선 외에도 지난해 예타를 면제받은 14개 송전선로 가운데 특별법 적용 대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은/김리안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