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마을 채권자·관리인 분쟁 양상…KK홀딩스, 김재연 대표 사임 요구

입력 2025-10-01 15:30
수정 2025-10-02 09:54
이 기사는 10월 01일 15: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초록마을의 새 주인 KK홀딩스가 기존 경영자 자격으로 회생절차상 관리인을 맡고 있는 김재연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KK홀딩스는 초록마을 최대채권자 신한캐피탈의 초록마을 지분에 대한 질권 실행을 통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초록마을의 새로운 대주주가 법원 주도의 '회생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M&A)'에 반기를 들면서 초록마을 회생 절차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홀딩스는 지난달 말 초록마을에 내용증명을 보내 김 대표의 사임을 요구했다. 김 대표가 자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생절차를 남용했기 때문에 관리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게 KK홀딩스 측 주장이다. KK홀딩스는 석유류 판매업체 KK(옛 경북광유)의 관계사다. 신한캐피탈이 초록마을 지분 99.8%에 대해 설정한 질권을 실행하고, KK홀딩스가 담보목적물을 이전받으면서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규모는 50억원이다. 신한캐피탈이 초록마을로부터 받아내야 할 돈(300억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신한캐피탈로선 '조금이라도 건져야 한다'는 판단으로 실행한 거래로 파악된다.

통상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주식의 실질가치는 '제로(0)'가 되는데, KK홀딩스는 김 대표가 초록마을의 실질적인 대주주 신한캐피탈과 사전 논의 없이 돌연 회생을 신청해 경영권을 유지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KK홀딩스는 김 대표가 자진사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해임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K홀딩스는 현재 초록마을 매각 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이 진행하고 있는 '인가 전 M&A'에도 반대하고 있다. KK홀딩스는 "현행 M&A 절차를 중단하고 유상증자나 DIP파이낸싱(기업회생 절차상 신규 자금조달) 등을 통해 상거래 채무를 일부 변제하고 나머지는 변제를 유예하는 등 채권자들과 협상해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초록마을 회생채권 대부분이 상거래채권인 점을 고려하면 초록마을이 지닌 유통망과 산업생태계를 지키는 게 중요하며, 이를 위해선 회생절차상 채무 탕감보다 신규 자금 투입을 통한 정상화가 낫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 측이 사임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경영권 유지를 위해 회생을 신청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회생절차를 정상적으로 졸업할 경우 출자전환 또는 M&A로 새 경영진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이때는 김 대표 역시 관리인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다. 즉 회생 신청이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는 건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김 대표 측은 '채무 탕감 없는 경영 정상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 측은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채권 감경이 없다는 뜻"이라며 "기존 채무를 다 못 갚는다면 다시 회생에 들어가거나 파산하게 될 텐데 그건 채권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6월말 기준 초록마을 회생채권과 공익채권 합산액은 384억원에 달한다. 동시에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어 5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초록마을의 운명은 채권자들의 '표 대결' 양상으로 흐를 것으로 관측된다. KK홀딩스의 제안과 법원 주도의 M&A 절차를 밟는 새 인수자의 회생계획안, 둘을 놓고 채권자들이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초록마을 인가 전 M&A에 관심을 보이는 5~6곳의 인수 후보자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 절차 밖에서 새로운 대주주가 진행하는 자율 구조조정을 법원이 어떻게 바라볼지도 변수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