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진성이 혈액암과 심장판막증을 이겨 낸 후 심각한 건망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진성은 30일 방송된 MBC 표준FM '손태진의 트로트 라디오' 치매 극복의 날 특집 공개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진성은 제가 혈액암과 심장 판막증이라는 큰 병을 앓았는데 약물에 오래 노출되고 나니 건망증이 심해져서 치매를 의심해 본 적도 있었다"며 "저보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운동을 꾸준히 하시기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 관리를 위해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며 안정을 찾는다"며 "육체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시작한 작은 텃밭이 커져 농사처럼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더불어 "부모님께 재산은 물려받지 못했지만 좋은 목을 물려받았다"며 "가수로 오래 활동할 수 있어 행복하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라고도 했다.
진성은 긴 무명 시절을 거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에 림프종 혈액암과 심장판막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암은 혈액 세포의 DNA 변이로 인해 비정상 세포가 증식하는 질환이다. 피로감이 호흡 곤란, 체중 감소, 발열 등이나 림프샘 팽창, 잇몸 출혈과 잦은 감염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심장판막증은 심장의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소리 없는 살인자'라 부를 정도로 전조증상을 미리 알고 대처하기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심장판막은 심장이 전신에 보내는 혈액을 일정하게 흐르게 해주는데,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이 정상적으로 순환하지 않는다. 이에 심장은 더 많은 일을 하게 돼 심장 효율이 떨어진다.
심장판막증의 대표 증상은 호흡곤란으로, 초기에는 운동을 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증상이 나타나지만, 병이 악화할수록 앉거나 누워 있어도 숨이 가빠진다. 판막증이 장기화하면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면서 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 기침과 피가 섞인 가래, 가슴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진성은 혈액암, 심장판막증을 앓았을 당시 "노래를 끝나고 나면 가슴이 옥죄는 느낌이었다"고 고통을 고백한 바 있다. 목 양쪽에게 혈액암이 발생했지만, 울대를 피해 수술을 진행한 덕에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성이 치료 후유증으로 치매를 언급한 건, 기억력 저하 때문이다. 화학 요법, 방사선 치료 등 암 치료 후 기억력, 주의력, 정보 처리 속도가 저하된다는 논문이 올해 3월 '미국 임상종양학회 학술지'(JCO)에 실리기도 했다. 예일대 종합 암센터 유장 교수는 '암 관련 인지 장애: 종양학자를 위한 실용 가이드'에서 "암 관련 인지 장애는 암 환자의 최대 75% 이상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특히 혈액암 환자 중 고령군에서 인지 기능 저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더불어 판막 수술 환자들에게도 수술 후 6개월까지 인지 기능 저하가 관찰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일부 화학요법 약물이 중추신경계에 독성을 줄 가능성이 있고, 치료로 유발된 염증 반응이나 산화 스트레스가 뇌 조직에 손상을 주면서 기억력 등 인지 기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인지 변화가 영구적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되는지는 연구마다 결과가 다르다. 이 때문에 치료 후 경과를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