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9년 2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으로 고성능 반도체 신뢰성 분석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첨단 신뢰성 평가 장비 사업 확장으로 내년 사상 최대 실적에 도전하겠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큐알티 김영부 대표이사(1953년생)는 지난 24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제2 도약 비전을 제시했다. 김 대표의 인터뷰는 약 4년 만으로 광교 비전캠퍼스(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로 109)에서 이뤄졌다. 본사는 이천에 있고 청주사업장과 해외(미국, 중국 등) 법인을 갖고 있다. 상반기 기준 임직원 수는 206명이다.
이 회사는 반도체 신뢰성 평가와 종합분석 사업 등 기술평가 서비스와 반도체 시험장비, 솔루션 개발 및 판매를 하고 있다. 신뢰성 평가란 반도체 제품의 예상 수명 또는 고장률 예측을 통한 품질 보증을 목적으로 개발 및 양산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실시하는 품질 보증 시험이다. 종합분석은 체계적인 분석 프로세스를 통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서 발생하는 불량 매커니즘을 규명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첨단 신뢰성 평가 장비 사업은 규격에서는 요구되나 시장에 없던 반도체의 내방사선 및 무선통신 기능에 대한 평가 분석 장비를 세계 최초 개발 및 상용화하고 있다.
하이닉스서 나온 큐알티 … 국내 유일 반도체 신뢰성 평가 강자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83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품질보증 부서로 출발했다. 이후 2000년 큐알티 반도체로 이름을 바꿨고 2004년 국내 최초 반도체 KOLAS 공인시험 기관이 됐다. 2014년 하이닉스에서 사업부가 분할됐는데 김 대표가 4월 1일 인수해 지금의 큐알티로 성장했다. 2016년 중국 우시에 법인을 만들었고 2019년 미국과 중국 법인을 설립했다. 2022년 11월 2일 상장했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제품의 수명과 성능을 검증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반도체 밸류체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작년부터 우주·국방까지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장비를 직접 만들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신뢰성 평가 장비 개발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자부품, 전력반도체, 배터리, LED, 우주항공, 방위산업 등 모든 분야의 품질을 테스트·분석하는 기업을 목표로 한다. 고객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애플, 퀄컴 등 국내외 500곳이다. 실질적으로 1년에 약 100여개 기업과 거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반도체 SEE(Single Event Effect) 분석 시스템과 RF 분석 시스템 등 고객 맞춤 제품 및 용역 서비스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SEE 분석 시스템은 가속 방사선 빔 시설의 특수 환경에서 다양한 반도체 제품의 소프트 에러를 평가할 수 있는 범용 시스템으로 방사입자에 의한 반도체 에러는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다양한 산업에 의무화되고 있다. RF 분석 시스템은 통신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반도체 수명을 예측해 통신 두절로 인한 재난을 방지하는데 5G(5세대 이동통신) 통신을 위한 자율주행, 스마트 공장 등 긴급재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수명 예측이 필요하다. 신시장 개척과 기술 초격차로 매출 증가폭을 키운다는 것이다.
반도체 패키지 검사방법, 반도체 소자의 평가 방법 등 30건 등록 특허가 있다. 해외 출원 특허 6건 등 다수의 지적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40년 업력의 국내 유일 신뢰성 평가 파트너로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시험·분석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자랑했다.
또 “신뢰성 평가 사업은 제품의 예상수명 또는 고장률 예측을 통한 목적으로 개발 및 제조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실시하는데 테스트 조건에 따라 수명 시험, 환경 시험, 정전기 시험 등 기계적 충격시험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사업 내용을 설명했다.
수명 시험이란 고온동작 수명 시험, 초기수명 불량률 시험, 비휘발성 메모리 시험 등으로 구분되고 환경 시험은 고온·저온 저장 시험과 온도사이클, 열충격 시험 등으로 나뉜다. 물리 시험도 있는데 진동 시험과 낙하 시험, 재료 특성시험 등이 해당한다.
김 대표는 “대만의 경우 30년 전만 해도 글로벌 기업이 없었다”며 “대만 정부가 TSMC를 키워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었듯이 우리도 국내 유일 반도체 신뢰성 검사 기업으로 한국 반도체 생태계 주축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큐알티의 고객 중엔 삼성전자 디자인솔루션파트너 세미파이브,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업 딥엑스 등 한국 신흥 반도체 강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검사장비 사업도 속도 … 김영부 대표 “내년 최대 실적 도전장”그는 “(반도체)제품 개발 단계에서 신뢰성 평가를 하다 보니 회사당 매출 규모가 적은 편이지만, 반대로 불황을 타지 않는다”며 10년 넘는 흑자 경영 비결을 설명했다. 이어 “빅테크를 잡아야 저변을 넓힐 수 있다”며 “해외 세미나와 포럼 등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도 잘 쌓고 있다”고 강조했다.
효자 사업(신뢰성 평가)이 있어 반도체 검사장비 사업도 진출했다. 그는 “반도체 고집적화·초미세화로 소프트에러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데 작년에 개발한 소프트에러 검사장비와 RF 검사장비가 내년 두 자릿수 이상 매출 증가의 비밀병기가 될 것이다”고 부연했다. 특히 “(설립) 11년 만에 회사가 성장하는 게 아니라 변신하고 있다”며 “빅테크와 사업 협력으로 한국 반도체 업계 위상을 높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기업의 경우 큐알티가 연결해줘 빅테크와 계약이 수월했다고 한다. 한국 기업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그는 “기존 사업 순항과 신사업 가속페달로 내년 역대 최고 실적을 노린다”며 “2028년 용인 랩(땅 2500평)이 완공되면 방산과 우주항공 분야서도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장비 사업에 약 250억원 정도를 투자했기에 내년 성적표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어 “후공정(OAS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파운드리, 팹리스 등 고객 다변화와 우주항공·방산까지 신뢰성 시장을 선도할 발판을 마련해 고부가가치 사업에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중요하기에 연구인력 50~60명을 2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도 갖고 있다. 즉 핵심 전략 고객 보유와 종합분석사업 매출 증가, 신사업 성과 창출 본격화, 인적·물적 인프라 확대와 독보적인 기술 등이 큐알티의 무기다.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13% … “배당 따박따박 나오게 할 것”최근 5년간 실적을 보면 덩치는 커졌고 투자로 인해 영업이익이 후퇴했다. 2020년 매출 547억원, 영업이익 91억원에서 작년 매출 653억원, 영업이익 48억원으로 각각 19.38% 증가, 47.25% 감소했다.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13.11%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1만6230원으로 반도체 훈풍으로 두 달 만에(8월 25일 1만2250원) 32.49% 올랐다. 주가 부양책을 묻자 “배당이 따박따박 나오면서 주주들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답했다. 3년 연속 보통주 1주당 480원이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올해도 가능성이 높다.
실적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고객사가 늘수록 이익의 질이 높아진다. 고객사 다변화로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 대표의 꿈은 계속 돈을 벌면서 주주에게 환원하며 선제 투자로 남들보다 한발 앞서가는 ‘초우량기업’이 되는 것이다. 사실 반도체 신뢰성 시험 시장은 대기업이 들어오기엔 작고 중소기업이 도전하기엔 진입장벽이 높아 큐알티가 경쟁력을 계속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총 주식 수는 1228만9301주로 김 대표(지분 57.56%) 외 장남(김홍섭)이 지분 59.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외국인 지분율은 3.52%로 유통 물량은 사실상 35% 정도다. 2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130억원, 유형자산 816억원을 보유했다. 부채비율 39.11%, 자본유보율 1467.28%로 재무 상태는 우량한 수준이다.
1978년 외국계 기업 입사 … 쌀 두 가마니 수준 월급 받아그의 사회 첫발은 1978년 외국계 기업 컨트롤데이터였다. 당시 쌀 한 가마니(80kg 3만원)를 얼마나 살 수 있는지가 직장인 월급 척도였다면 김 대표는 6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어르신들이 “장가가도 되겠네”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보다 30%가량 많은 금액이었다고 한다. 5년간 근무 후 대덕전자에 잠시 몸담았고 1983년 삼성전자 컴퓨터 사업부로 옮겼다. 이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며 반도체에 눈을 떴고 SK하이닉스 반도체 품질보증실 전무까지 올라가게 된다.
특히 SK하이닉스 자회사인 큐알티 최고경영자를 맡다가 2014년 직접 인수까지 하게 된다. 대기업 임원과 자회사 대표까지 올라갔는데, 주위 사람들이 “예순이 넘은 나이에 무슨 사업이냐. 망한다”라고 말렸지만 반도체 신뢰성 평가에 대한 확신으로 큐알티를 품게 된다.
예순이 넘어 인생 2막을 열어야 했기에 제일 중요한 건 마지막 의사 결정권자인 부인이었다. 부인에게 사업 결심을 말하자 “당신은 일할 때 가장 행복해 보였다”며 응원해 줬다고 한다. 이 결정으로 현재 1148억원 주식 부자로 거듭난다.
김 대표는 “조용필 추석 콘서트를 안방에서 봤는데 저보다 3살 위인 분이다”며 “그의 에너지에 감탄했다”고 했다. 특히 “‘노래 부르다 죽으면 좋겠다’는 가왕 조용필의 말에 나도 일하다 죽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일흔이 넘었는데도 꿈을 향한 열정이 식지 않는 것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띠동갑 아래 직원들과 터울 없이 지내고 캐주얼한 옷도 입으면서 생각을 젊게 한다고 한다. 기자와 만날 때도 은팔찌가 빛나 보였다. 영화감독도 꿈꾸는 그의 MBTI는 INFP라고 한다.
청춘들에게 인생 조언을 부탁하자 “끝은 아무도 모른다”며 “희망과 비전을 갖고 살아가면 기회가 온다”고 했다. 제일 강조하는 건 꿈의 크기였다. 김 대표는 “미래에 대해 너무 빠른 계산보다 큰 꿈을 갖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변화된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 출신임에도 ‘안전빵’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한국 사회의 대기업 선호 현상을 꼬집었다. 그는 “항공모함(대기업)의 경우 가라앉을 확률이 낮지만 그 속에서 자신이 도태될 수 있다”며 “쪽배(중소기업)를 타도 본인이 선장이 되거나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으니 도전 정신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이와 동시에 “포기하지 않고 길을 걷는 사람에겐 언젠가 꽃길에 이를 것이다”고 응원했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매출 328억원(전년 대비 10.8% 증가), 영업이익 17억원(36.5% 증가)으로 종합분석 부문 매출이 50%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도체 신뢰성 분석의 중요성 상승과 전방 산업 확대 및 신규 고객 확보를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첫째 “반도체 경박단소화와 다기능화에 따라 검사 난이도가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테스트 타임 증가와 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실적 상승에 기여할 것이다”고 했다. 또 “기존 전략 고객의 최종 고객사 다변화에 따라 신뢰성 평가가 지속되고 있으며 신규 국내 종합반도체 기업과의 협업 확대가 진행 중으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시작으로 접점 확대가 지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둘째 “우주항공, AI, 자율주행 등으로 반도체 적용처가 확대되고 있는데 국내 우주산업 태동에 따라 과거 해외 기관에 의존하던 신뢰성 테스트 국산화 수요가 발생하고 있으며 우주항공청과 항공우주연구원 등의 국가기관·민간 기업 우주부품 관련 품질검사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소버린 AI 관련 투자 증가에 따라 AI 생태계가 점차 형성될 것으로 봤다. 그는 “큐알티는 신뢰성 분석에서 번인테스트까지 턴키 서비스 대응 영역을 확보함에 따라 리벨리온을 필두로 딥엑스와 모빌린트 등 국내 AI 기업들과 협력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고 기대했다.
다만 지속적인 테스트 설비 투자 필요성과 고객사들의 내재화 가능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반도체 분업화와 전문화 지속으로 내재화 가능성은 낮게 봤다. 별도의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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