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간첩 잡는 데 20년씩 걸려…방첩사 해체는 '軍 무장해제'"

입력 2025-09-30 11:52
수정 2025-09-30 16:26


이재명 정부가 국군방첩사령부의 수사 기능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을 국방정보본부로 이관하는 방첩사 개편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사실상 방첩사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회의원은 30일 국회에서 '방첩사 해체, 간첩은 누가 잡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국방위원회와 정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로, 송언석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국가정보원 출신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방첩사가 해체되면 군이 간첩을 못 잡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부대 위치부터 방산 기밀 등 국방 핵심 요소가 다 군에 있는데 이를 제어할 수 없다"며 "대공 수사에 대한 경각심이 굉장히 이완되리라는 것도 큰 문제"라고 했다.

남 교수는 방첩사의 수사 기능을 국방부로 이관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간첩은 하루아침에 잡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이 필요한 장기 업무"라며 "정보 수집을 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간첩을 잡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됐지만 어떠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했다.

국정원 출신의 윤봉한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역시 "방첩사 보안 조사 건수는 매년 200건 이상을 넘어가고 있다"며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이전에 이어 방첩사 수사권을 이관하는 것은 방첩에 대한 국가 수사를 초토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방부로 수사 기능이 넘어가면 방첩 기능은 일부 기능으로써 지휘권의 통제를 받게 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첩사의 전신인 국군기무사령부에 몸담았던 정임재 전 국가보훈부 제대군인국장은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 등 어느 나라든지 방첩 플랫폼을 보유하고 이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방첩은 일반 수사와는 다르게 음지에서 활동하며 고도화된 기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 활동에 특화된 전문 영역"이라고 했다.

정 전 국장은 "간첩 수사는 정보 수집부터 법리적 조치까지 10년 ~2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완벽하게 기밀 유지된 가운데 진행돼야 한다"며 "방첩사는 수십년간 방첩 활동 경험으로 북한의 대남공작전략전술과 사이버 공작, 간첩 활동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축적했고 신뢰가 가장 중요한 외국 정보 당국과도 원활하게 교류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정부의 방첩사 개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송 원내대표는 "방첩 사흘 해체하면 간첩들이 마음 편하게 활보하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지나친 대북 유화책은 굴종적이면서도 안보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분위기는 한·미동맹의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고 관세 협상에 있어서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 위원장은 "방첩사는 해체가 아니라 더 보강하고 인원도 충원해야 한다"며 "만약 방첩사가 12·3 비상계엄에 관여했다면 그 부분만 수술하고 정비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당시 간첩 적발이 0건이었다. 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을 이렇게 하대하면 되냐"며 "방첩사가 수행할 방첩 기능을 약화한다면 좋아할 것은 북한과 그 주변 국가들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