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진흥공사, '북극항로 개척 지원센터' 신설…동남권 해양금융·글로벌 물류거점 만든다

입력 2025-09-30 15:55
수정 2025-09-30 15:56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설립 7년을 맞아 ‘글로벌 해양강국 도약’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7년간 145개 해양기업에 총 14조2754억원(지난 7월 말 기준)을 지원하면서 국내 해양산업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고효율 신규 선박 확보에 5조7000억원, 항만 터미널 및 물류 시설에 약 1조2000억원, 해양기업 경영 안정 지원에 약 6조3000억원, 친환경 설비개량 295건을 지원했다. ‘지원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총 252개 기업에 735회 해운산업 진단 및 컨설팅과 선박 가치평가 서비스를 제공했고, ‘해양금융·해운항만물류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428명의 해양 분야 인재를 양성했다. 올해는 선박금융 지원을 넘어 항만·물류 인프라금융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지원하는 종합 해양 지원 기관으로 도약하고 있다.

해진공은 최근 북극항로 개척사업의 실행을 전담할 ‘북극항로 종합지원센터’를 신설했다. 지난 6월 말 출범한 ‘북극항로 개척 태스크포스(TF)’가 중장기 로드맵과 전략 수립에 집중한다면, 센터는 이를 실제 사업으로 옮기는 상설 전담 조직이다.

북극항로는 부산~로테르담 구간 거리를 최대 37% 단축하고, 운항 기간을 평균 10일 이상 줄일 수 있어 연료비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다. 최근 수에즈운하 마비, 홍해·호르무즈 해협 긴장 등 기존 남방항로 불안정성이 커지며 안정적 대체 항로로서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업은 수도권 중심의 물류 구조를 넘어 동남권을 해양금융·글로벌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고, 부산항·울산항·경남 조선산업을 결합해 극지운항선박 건조, 항만 운영, 친환경 연료 공급까지 아우르는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산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관련 기업과의 상생 구조를 마련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해진공의 북극항로 종합지원센터는 첫째, 북극항로 개척기금 조성으로 극지운항선박 도입, 거점 항만 투자, 친환경 연료 인프라 확충 등 필수 인프라를 지원한다. 둘째, 북극항로 운항로 신설을 목표로 에너지 화물 중심의 다선종·다항차 운항과 정기선 노선 구축을 추진한다. 경제성 분석과 최적 노선 설계도 병행한다. 셋째, 북극항로 정보 플랫폼 구축을 통해 국내외 데이터를 집적·공유하는 정보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극지운항 매뉴얼 제작 및 선박 안전 위기 대응 시스템을 마련한다.

해진공은 △정부 정책과의 긴밀한 연계성 △해양금융 분야의 축적된 전문성 △국적선사·화주·조선소와의 강한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북극항로 개척을 주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외 해운·물류업계, 연구기관, 금융권과의 협력을 확대해 북극항로 개척의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북극항로 개척으로 동남권이 세계로 뻗어가는 해양금융·물류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해진공은 국민 누구나 선주가 될 수 있는 ‘선박 조각투자 시범사업’도 올해 본격 추진한다. 선박 조각투자라는 새로운 방식의 금융 조달 기법을 도입해 개인과 민간이 쉽게 선박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고,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인 해운·조선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시범사업은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을 기반으로 수익증권 발행 형태로 추진된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발표한 ‘조각투자 샌드박스 제도화 방안’에 근거를 두고 있다. 법률 검토와 사업 구조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9월부터 참여 기관 선정과 증권 발행 절차를 통해 시범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해진공이 보유 중인 선박을 활용해 1000억원 이내의 수익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증권 계좌를 통해 일반 투자자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상장 후 유통시장을 통해 개인 간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